장마 또 왔나? 늦여름 폭우 알고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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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집중호우 추세화…9월 중순까지 계속될 듯
같은 도시 강수량도 큰 편차…`스콜'과는 달라

여름의 끝인 8월 말로 접어들었지만 전국 곳곳에 폭우가 쏟아지는 `이상기후'가 멈추지 않고 있다.

초가을 문턱에 접어든 시점에도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이유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예년과는 달리 약화되지 않고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며 한반도에 계속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여름 비는 같은 도시 내에서도 지역별로 강수량에 큰 편차를 보이는데 이는 단순히 여름철 소나기 형태일 뿐 열대지방의 스콜과는 다르다고 기상청은 설명한다.

◇`생명선' 길어진 북태평양 고기압=29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6월 1일~8월 19일) 강수량은 583.3㎜로 평년의 580.2㎜와 비슷했지만 통상적으로 `장마철'로 여겨지는 7월 중순 이후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린 것이 평년과는 다른다.

6월은 고온건조한 동서고압대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평년 대비 41.9% 수준에 그쳤고, 7월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평년과 비슷했다.

그러나 8월에는 제4호 태풍 '뎬무'와 기압골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강수량은 평년의 170.4% 수준을 기록했으며 지역 편차가 큰 집중호우성 강수가 많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국 평균 호우일수를 보면 1960년대 1.1일에서 2000년대 1.7일로 0.6일 증가하는 등 최근 들어 집중호우가 많이 발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날도 서해안 지역에 형성된 구름대가 강한 비를 뿌리면서 인천 송도에 222.5㎜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 수도권과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1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올여름 늦게까지 집중호우성 강수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한 상태에서 덥고 습한 공기가 남서쪽에서 한반도로 계속 들어오면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한다.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평년보다 오래 유지되는 이유는 인도네시아 부근 해역에서 강한 대류(對流)현상으로 발생한 에너지가 북서태평양 지역으로 전파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뜨거운 공기가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향하는 대류활동으로 만들어진 고온의 에너지가 북서태평양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을 점점 확장시킨다는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무덥고 습한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폭우가 발생한다"며 "오늘은 제주도 서쪽으로부터 북진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한반도에 동서방향으로 걸쳐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북으로 방향을 틀어 남북방향으로 비구름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월 중순에야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돼 한반도가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의 영향을 받으면서 기온이 떨어지고 집중호우 발생 빈도도 점점 줄어들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도시 지역별 강수량 큰 차=올해 여름에는 같은 도시 내에서도 지역별로 강수량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비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

10일 서울 은평구에는 108mm의 비가 내렸지만 바로 옆 서대문구에는 20㎜ 정도밖에 오지 않는 `초국지성 호우 편차'를 기록했다.

특히 은평구에서는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약 3시간 동안만 100㎜ 이상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은평구에 내린 폭우로 당시 진관동 삼천사 입구 계곡의 하천이 갑자기 불어나 야영객 2명이 물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또 북한산에는 당일 하루 130.5㎜의 많은 비가 왔지만 중구(17㎜), 영등포구(15.5㎜), 구로구(14.5㎜) 등에는 10㎜를 조금 넘는 비만 내려 전혀 피해가 없었다.

27일에는 서울 용산ㆍ서대문구를 중심으로 100㎜가 넘는 국지성 호우가 내려 침수 피해와 배수지원 요청 신고가 잇따랐다.

이처럼 특정지역에 단기간 많은 비를 뿌리는 국지성 호우가 많아지자 일각에서는 한반도의 아열대화로 열대지방의 스콜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있지만, 여름철에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소나기 형태일 뿐 스콜과는 다르다고 기상청은 설명한다.

스콜과 소나기는 지표면이 강한 햇볕에 달아오르면서 상승한 따뜻한 공기가 비구름대를 만들어 짧은 시간에 갑작스럽게 많은 비를 뿌린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열대지방의 스콜은 일정한 낮 시간대 한두 시간 가량 강한 바람과 함께 세차게 내리지만, 소나기는 때를 가리지 않고 오는데다가 스콜에 비해 비의 강도와 규모가 약하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스콜의 경우 비가 오는 구역도 넓고 소나기보다 세차게 내린다"며 "올 여름 지역별로 강수량의 편차가 큰 비가 자주 내리고 있지만 여름철에 흔히 볼 수 있는 소나기일 뿐 스콜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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