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私교육비 부담 ‘사방종’으로 확 줄였어요”

  • Array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인천 31개 초중고서 운영
학생-학부모가 강좌 선택

우수 외부강사 채용 큰 효과
사교육비 평균 30∼60% 절감

사교육 없는 학교인 인천 서구 불로중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강좌인 종합반 영어수업을 듣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사교육비를 평균 30∼60%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사교육 없는 학교인 인천 서구 불로중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강좌인 종합반 영어수업을 듣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사교육비를 평균 30∼60%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24일 오후 5시 반 인천 서구 불로동 불로중학교(교장 임대열) 교실. 학생들이 10분 뒤에 시작할 ‘사방종’을 준비하기 위해 책과 필기구를 챙기기 시작했다. 사방종이란 ‘사교육없는, 방과후교실, 종합반’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말. 지난해 인천시교육청에서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받은 불로중은 지난해 9월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 방과후 강좌’를 시작했다. 강좌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을 배우는 종합반을 비롯해 단과반, 특기적성반, 자기주도학습으로 나눠진다. 당시 전교생 1200명 가운데 429명이 사교육 없는 학교 방과후 강좌에 참가해 수강률이 38%에 그쳤지만 올 6월 현재 836명으로 약 70%로 높아졌다. 학교 도서실에서 인천 e스쿨, 서울 강남구청 인터넷 강의 등 자기주도 학습을 하는 학생까지 합치면 90%가량이 참가하는 셈이다.

이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사교육 없는 학교’로 자리 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학생과 학부모에게 강사와 강좌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했다. 수업 시연과 심층면접, 학생 및 학부모 참관 공개 강의를 통해 우수한 외부강사를 채용했다. 레벨 테스트를 통해 한 학년을 9개 반으로 나눠 운영하는 수준별 반편성도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하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출결 및 귀가 상황을 학부모에게 문자서비스로 알려주는 세심한 배려도 학부모들의 호감을 샀다.

학부모 차윤희 씨(48)는 “학부모의 의견을 수시로 듣고 곧바로 반영하는 수요자 중심의 운영 방식에 대해 학부모들의 호응이 좋고, 덕분에 사교육비도 평균 30∼60% 줄었다”고 말했다.

불로중 공교육활성화지원 부장인 전재은 교사(43)는 “지난해 8월 한 달간 전교생의 사교육비는 총 2억8572만 원이었는데, 올해 8월에는 1억8706만 원으로 35%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사교육 없는 학교 지정교인 해송초등학교도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학교가 있는 곳은 송도국제도시로 인천에서도 교육열이 높은 곳으로 통한다. 해송초는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영어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방과후 강좌를 위해 원어민 교사 2명과 한국인 영어교사 5명을 별도로 채용했다.

방과후 강좌인 해송초 조이스쿨(Joy School)은 영어, 수학, 중국어 교실을 나눠 운영하고 있다. 방과후 강좌를 시작하기 전 학생 1인당 35만 원이 소요되던 사교육비가 최근에는 25만 원으로 평균 10만 원가량 줄었다. 이 학교는 2학기부터 정규수업 시간 전에 5, 6학년생을 대상으로 월, 목요일 영어 문법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희망자에 한해 오전 7시 반부터 원어민 교사와 함께하는 농구, 축구교실을 연다.

해송초 임양수 교장은 “공간과 교사 부족으로 원하는 학생을 모두 받을 수 없지만 현재 312명이 해송 조이스쿨에 참가하고 있다”며 “주 5회 수업 중 원어민 수업이 2차례 이뤄지는 영어교실은 수강료가 월 7만 원에 불과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에는 31곳의 초중고교가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인천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유충열 장학사는 “공교육의 내실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는 사교육 없는 학교를 대상으로 행정, 재정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며 “앞으로 사교육비를 50% 줄이고, 학부모 만족도를 80%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