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교 한국사 교과서, 근현대사 전문가 없이 검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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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9단원중 7단원 차지… 역사 교육 신뢰성 논란일듯
위원 11명중 3명 한국사 무관

내년부터 일선 학교에서 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과정에 근·현대사 전문가가 한 명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사 교과서는 전체 9단원 중 7단원이 근·현대사 관련 내용이다. 검정은 민간 출판사에서 만든 교과서를 일선 학교에서 써도 좋을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심사하는 과정이다.

23일 역사교육연구소와 한국 근·현대사학회 등에 따르면 교과서 검정기관인 평가원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한국사 교과서 검정위원 11명 중 근·현대사 전공자는 한 명도 없다. 검정위원 교수 6명 중 3명은 한국사와 전공이 무관하다. 한국사를 전공한 3명도 조선사 전문가로 근·현대사와 관련이 없다. 5명은 일선 교사다. 이들뿐 아니라 연구위원으로 참여한 교수 4명 중에도 근·현대사 전공자는 없다.

한철호 한국 근·현대사학회장(동국대 교수)은 “한 나라의 역사교육을 좌우하는 교과서 검정이 해당 분야 전문가도 참여하지 않은 채 이뤄진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이대로라면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신뢰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가원 관계자는 “고교 수준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전공 영역이 아닌 교수도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또 연구위원 교수 4명 중 3명은 전공은 아니지만 대학에서 근·현대사 교양 강좌를 맡고 있다”며 “검정 이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다시 전공자가 감수를 보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이 교육과학기술부와 평가원이 지나치게 코드를 맞추려다 생긴 일이라고 지적한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신현고 교사)은 “한국 근·현대사 전공자는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인 인물이 많다”며 “친정부적 인사로 검정위를 구성하려다 보니 섭외가 어려웠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가원은 지난달 30일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 나온 한국사 교과서 6종의 검정을 마쳤다. 새 교과서는 내년 3월부터 전국 고교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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