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입 쓰레기 10%가 에너지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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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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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가스는 발전소 보내고… 비닐은 고체연료 만들고… 음식 찌꺼기는 매립용 흙으로

《사람들은 저만 보면 얼굴을 찡그립니다. 하지만 시민의식의 척도로도 불립니다. 피서지에 수북이 쌓여있는 제 친구들을 보면 얼굴이 빨개집니다. 저는 ‘쓰레기 A’ 군입니다. 사는 곳은 인천 서구 검단동에 위치한 2000만 m²(약 602만 평) 규모의 땅입니다. 서울 여의도의 7배나 된다죠. 사람들은 저희 집을 ‘수도권매립지’라고 부르더군요. 최근 인천시가 2016년 쓰레기 매립이 끝나는 수도권 매립지의 매립 연장을 반대해 논란이 커졌는데요. 제가 국무총리나 장관은 아니지만… 저의 생활이나 거취가 궁금하시지 않나요?》
서울 경기지역 등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인천 서구 검단동의 수도권매립지 내 제2매립장. 사진 제공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서울 경기지역 등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인천 서구 검단동의 수도권매립지 내 제2매립장. 사진 제공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 매립 연장 논란 속 ‘수도권 매립지’는


○ 쓰레기 종량제 이후 반입량 60% 이상 줄어


저는 쓰레기 산으로 불리던 서울 난지도의 매립이 종료된 1992년 이곳으로 이사 왔습니다. 여기는 서울 인천 경기지역 주민 2200여만 명이 버리는 제 친구들이 최종적으로 묻히는 장소예요. 매일 1만6000여 t의 친구들이 모입니다. 많다고요? 저는 요즘 많이 외롭습니다.

매립지로 들어오는 친구가 많이 줄었거든요. 수도권 매립지 쓰레기 반입량은 1994년 연간 1166만4891t에서 점차 감소해 지난해 442만4634t으로 60% 이상 줄었습니다. 하루 반입량도 같은 기간 4만224t에서 1만6327t으로 감소했어요.

친구들이 왜 줄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1995년부터였어요. 지자체들이 쓰레기 감량을 위해 ‘쓰레기종량제’를 도입한 시기입니다. 이후 쓰레기 분리수거, 종량제 봉투 도입, 1회용품 사용 규제 등으로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이 1994년 하루 1.3kg에서 1.02kg(2007년)으로 감소했어요. 해외여행을 가면 오히려 친구가 많습니다. 국가별 1인당 하루 쓰레기 발생량은 프랑스 1.45kg, 영국 1.59kg, 독일 1.62kg, 일본이 1.12kg이거든요.

○ 묻거나 태워버리던 쓰레기가 어떻게 에너지로 될까요?

전 요즘 보람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그냥 묻혀지거나 태워졌지만 이제는 제 몸이 ‘에너지’로 바뀌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집에 각종 시설(매립가스 처리시설, 고화 처리장 등)이 설치됐거든요. 쓰레기가 어떻게 에너지로 바뀔까요?

일단 제가 수도권 매립지에 들어오면 톱니바퀴 모양의 압축기로 들어갑니다. 몸이 절반 크기로 확 줄어요. 이후 깊게 판 땅바닥에 4.5m 높이로 눕습니다. 사람들은 제 위로 50cm로 흙 이불을 덮어줍니다. 이렇게 8단까지 쌓입니다. 층마다 관이 있는데요. 제가 누운 지 3일 후부터 썩으면서 메탄가스를 내뿜으면 가스는 관을 타고 올라가 화력발전연료로 사용됩니다. 초당 뿜어대는 메탄가스는 20t 크기의 액화석유가스(LPG)차 2만 대를 채울 수 있는 양이고요. 1년으로 치면 18만 가구가 쓸만한 전기입니다. 이만큼 전기를 만들려면 중유 50만 배럴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제가 뿜어대는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발산되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의 21배가 넘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비닐같이 잘 썩지 않는 친구들은 중력선별기로 걸러진 후 압축기를 통해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고체연료가 됩니다. 하루에 200t 정도 나오는 이 친구들은 공장 보일러 보조연료로 활용됩니다.

‘음식쓰레기’ 친구들은 각 지자체 처리장에 모인 후 압착과 탈수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면 슬러지(찌꺼기·15%) 음폐수(탈리액·85%)로 바뀝니다. 이 중 음폐수 1000t이 이곳 수도권 매립지로 들어옵니다. 음폐수 친구들은 쓰레기가 썩는 과정에서 나오는 물과 섞여 대형 욕조로 들어갑니다. 이후 침전물이 가라앉으면 윗부분의 물은 화학처리, 정화과정 등을 거쳐 맑은 물로 바뀌게 되고요. 바닥에 남은 ‘하수 슬러지’ 친구들은 탈수기에 들어가 꽉 짜인 후 검은 흙처럼 변합니다. 이후 흙과 섞여서 쓰레기를 매립할 때 씁니다. 하루 수도권 매립지에 반입되는 쓰레기를 덮으려면 대형트럭으로 200대분의 흙이 필요하거든요. 계산해 보니 하루에 2200t 정도가 이곳에서 에너지로 바뀌고 있습니다. 일일 반입량의 10% 내외 정도랍니다.

이렇게 쓰레기 반입량이 줄고 에너지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매립지 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조성 당시 수도권 매립지는 2014년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으나 2016년까지 수명이 연장됐고요. 영구적으로 이사를 안 가도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불만과 피해가 큰 데다 매립지 소유권 문제도 걸려 있어 2016년 이후 제가 이사를 갈지, 남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 손에 달린 것 같아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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