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 교육계 CEO 초대석/이충국 CMS에듀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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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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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 ‘줄기’보다 ‘뿌리’를 보는 내공을 키워야죠”

1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CMS에듀케이션 본원에서 만난 이충국 대표는 “내년 초에는 수업에서 학생의 역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업그레이드된 CMS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CMS에듀케이션 본원에서 만난 이충국 대표는 “내년 초에는 수업에서 학생의 역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업그레이드된 CMS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제 이름이 ‘충성 충(忠)’에 ‘나라 국(國)’자를 써서 ‘충국’입니다. 똑똑한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훗날 이 아이들이 나라를 살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의 인재가 될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1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CMS에듀케이션 본원에서 만난 이충국 대표(47·사진)가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풀이했다. CMS에듀케이션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발문식 수업과 토론식 수업으로 알려진 수학교육업체다. ‘영재교육’ ‘사고력 수학’이라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1998년, 서울 압구정동에서 사고력 수학을 기본으로 한 영재교육을 시작했다. 1991년부터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그는 서울 노량진에서 수학강사로 이름을 날리다 한 소년을 만나면서 영재교육에 눈을 떴다.

한 지인이 소개한 11세였던 소년. 수학적 재능은 뛰어났지만 서울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방에서 살고 있었다. 수소문 끝에 소년을 만났다. “네 목표가 무엇이니”라는 이 대표의 질문에 소년은 “선생님 제가 질문 하나 해도 돼요?”라고 되물었다. “개와 사람이 100m 달리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요? 개가 이겨요. 개는 목표를 정하지 않고 뛰기 때문이에요.”

목표를 두지 않고 공부하는 것이 낫다는 의미였다. ‘천재란 이런 것이구나’를 실감했던 이 대표는 “영재교육을 시켜보겠다”며 부모를 설득했다. 이후 그가 전국을 다니며 스카우트한 영재들은 성장해 미국 스탠퍼드대, 서울대, KAIST, 영재학교에 합격했다.

그는 대학생 때 3년 동안 생계와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독서실 총무로 일하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때 처음 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이 ‘총무 선생님’에게 모르는 수학문제를 물어왔다. 공식과 답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책을 읽고 머리를 싸맸다. 우연히 헝가리 수학자 폴리아 교수의 책 ‘어떻게 풀 것인가(How to solve)’를 접했다. 그는 책을 통해 수학이 공식을 암기해 푸는 과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배만 채우려고 밥을 먹는 것이 아니지요. 음식을 섭취하면 영양소도 흡수해 몸이 튼튼해집니다. 수학문제를 푸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답만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내공이 생기는 것이 건강한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폴리아 교수의 책에선 문제풀이과정을 네 단계로 나눴다. 문제를 이해하고, 문제풀이를 계획하고, 실행(문제풀기)하고, 반성하는 과정이다.

이 대표는 학생들이 문제의 줄기가 아닌 뿌리를 보길 원했다. 문제를 풀기 위한 계획을 스스로 짤 수 있도록 단계별로 ‘주어진 조건은 무엇인가’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 ‘놓친 조건은 없는가’를 적은 질문지를 만들었다. 깨끗하게 코팅한 질문지를 학생들의 독서실 책상에 뒀다. CMS영재스쿨의 시초이자 CMS식 교육의 출발인 셈이다.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발견하는 학습을 통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는 교육철학으로 CMS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학습시스템을 구축했다. 우선 220여 개의 수학적 주제를 선별해 프로그램을 짰다. 발문과 토론식 수업으로 학생들의 생각을 끌어냈다. 퍼즐, 게임, 실험, 생활 속 수학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의 수학적 호기심과 탐구의욕을 자극했다.

수업은 철저한 학생 중심이다. 질문과 대화가 살아있는 수업시간, 학생들은 지루해할 틈이 없다. 학생이 주가 되는 수업일수록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했다. 이 대표는 “CMS학원은 강사가 더 열심히 공부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일주일에 4, 5회 강사 워크숍을 진행한다. 하지만 초기 학부모들은 “수업효과가 더디게 나타난다”면서 불만을 가졌다. 학생들이 하루에 ‘고작’ 4, 5문제를 풀어오는 것이 못마땅했다. 사고력을 높이는 수업방식이라고 설득했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학생들의 3분의 2가 중도에 이탈했다. 6, 7개월 수업을 이끌자 학생의 변화를 학부모가 더 잘 알아차렸다. 아이가 문제를 접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 과거 어려운 문제를 외면했던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문제에 매달려 풀어냈다. CMS 출신 학생들이 수학경시대회, 올림피아드, 영재교육원이나 영재학교 입시에서 두각을 보였다.

그는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수학문제를 빨리 풀라고 절대 말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진짜 수학을 잘하려면 시험점수는 잊어야한다고 했다. 초등생 때만큼 수학과 친해질 시간이 없는 만큼 수학캠프에 참가하거나 수학교구 전시를 보고 재미있는 수학책을 접해 수학을 재밌게 느끼도록 도와야 한다.

이 대표는 두 자녀도 이런 방식으로 수학을 가르쳤다. 외국어고에 다니는 큰딸은 수학을 좋아하진 않지만 과학탐구대회에서 금상을 받을 정도로 창의적이고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은 각종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하며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에서 공부했다.

영재교육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최근 공교육에서 불고 있는 영재교육 바람이 반갑다. 영재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가 영재교육 대상자를 5%까지 확대하고 영재학급, 영재교육원 등 시스템을 확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CMS도 기존 초중등 중심의 영재프로그램을 유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요즘은 내년 초 선보일 ‘CMS 버전2’의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이제까지의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 참여가 절반씩이었다면 새로운 버전에선 학생의 역할은 70%를 넘는다. 더 많은 학생이 CMS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직영 교육센터를 늘리는 등 사업적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영재교육기관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공교육이면 더 좋고요. 그때까지 CMS만의 노하우를 살려 보조하고 싶습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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