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 자작나무의 ‘자작’은 무슨 뜻인가요? 불에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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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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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 여고생 대상 ‘그린캠프’
오감이용 나무-숲 체험 “살아있는 수업”


《“자작나무의 이름이 왜 자작나무인지 아세요? 불에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가 나서 그렇답니다. 그러면 이 잎사귀를 한번 손으로 으깨서 냄새를 맡아볼까요?”
지난달 27일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의 산림청 어성전숲속수련장. 국립산림과학원 김선희 박사가 나무 한 그루에서 잎사귀 몇 장을 땄다.
이를 나눠 받은 여고생 14명은 코를 대고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냄새야?” “향기롭진 않은데? 이상해∼” 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빙긋 웃은 김 박사가 입을 열었다. “고추장, 된장처럼 누린내가 난다고 해서 이 나무는 누리장나무라고 해요. 나무가 이런 안 좋은 냄새를 내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동물이나 곤충, 병균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입니다.” 학생들은 “아아∼”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 70분간 나뭇잎의 냄새를 맡고 씹어보기도 하면서 나무의 이름과 특징을 배우는 시간이 이어졌다.
생강향이 나는 ‘생강나무’, 줄기에서 쓴맛이 나는 ‘소태나무’ 등 오감을 이용해 나무를 체험한 뒤 각자 느낀 점을 노트에 적어 내려 갔다.
학생들은 “나무 이름 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몰랐다”며 연방 신기해했다.》

유한킴벌리가 전국 여고생을 대상으로 매년 진행하는 ‘숲 체험 여름학교 그린캠프’ 현장이다. 그린캠프는 학생들이 숲 속에서 3박 4일간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며 자연을 배우는 캠프다. 청소년들을 미래의 환경 리더로 양성한다는 취지 아래 23년째 열고 있다. 이번 캠프는 ‘숲을 알면 더 사랑하게 됩니다’라는 주제로 160여 명의 여고생이 참여한 가운데 7월 26일∼8월 2일 2회에 걸쳐 열렸다.

그린캠프의 목표는 대안교육, 체험교육, 인성교육으로 집약된다. 교실 안에서의 이론교육에서 벗어나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현장에서 자연을 체험하는 ‘살아있는 수업’을 받는다.

이은욱 유한킴벌리 부사장은 “주로 도시에서 자라며 입시에 얽매인 요즘 아이들이 자연 속의 현장 교육을 통해 자연을 사랑하는 법, 나아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킴벌리가 전국 여고생을 대상으로 연 ‘그린캠프’ 현장. 여고생들은 3박 4일간 강원 양양군 숲속 수련장에서 필드 스터디, 숲 퀴즈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숲을 체험했다. 사진 제공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가 전국 여고생을 대상으로 연 ‘그린캠프’ 현장. 여고생들은 3박 4일간 강원 양양군 숲속 수련장에서 필드 스터디, 숲 퀴즈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숲을 체험했다. 사진 제공 유한킴벌리
실제로 이 캠프의 핵심 프로그램인 ‘필드 스터디’에서는 대학교수나 국립산림과학원 소속 박사 등 전문가 20여 명의 현장 강의가 이뤄진다. 캠프 참가자들은 6개 조로 나뉘어 지정된 장소에서 △숲과 물 △숲과 대기 △숲과 토양 △숲과 나무 △숲과 다양성 △숲 표현하기 등 6개 주제의 과목을 학습한다. 숲이 하나의 커다란 학교인 셈이다. 커리큘럼도 딱딱한 교과서 중심의 수업과는 딴판이다. 학생들의 참여가 중심이다. ‘숲과 물’ 시간에는 계곡에서 물속 생물을 관찰하며 하천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하천의 자정작용 등을 배운다. ‘숲과 토양’ 시간에는 분해 과정에 있는 낙엽을 찾아 노트에 붙이면서 토양의 특성과 환경보전기능을 알아본다. 강사가 준비해 온 진흙을 서로의 얼굴에 칠하는 ‘머드팩 타임’은 보너스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한밤에 숲 속에서 선생님이 녹음해 온 새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마침 같은 종의 새가 우리 쪽으로 날아와 울어댔어요. 무척 신기하고 즐거웠죠. 이렇게 직접 만지고, 듣고, 느끼면서 배운 내용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경기 안산 강서고 2학년 임은지 양(17)의 소감이다.

철저히 자연친화적인 교육환경을 위해 학생들은 일단 캠프장에 들어오면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일절 쓸 수 없다. 전자기기 등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숲 속 생활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심심할 새는 없다.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과 행사가 마련돼 있다. ‘나무공작놀이’ 시간에는 나뭇잎을 활용해 전통 부채와 목걸이를 만들고, ‘물놀이’ 시간에는 인솔자의 보호 아래 시원한 계곡 물속을 뒹군다. ‘숲 속 영화제’도 있다. 학생들은 ‘숲’을 주제로 시나리오를 작성해 직접 5분짜리 영화를 찍는다. 세트장은 숲. 감독, 작가, 배우는 모두 학생들이다.

여고생 시절 그린캠프에 참여했던 추억을 잊지 못해 자원봉사를 신청하는 대학생도 있다.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3학년 김태은 씨(21)가 그러한 예. 학생들을 인솔하는 여대생 자원봉사자 ‘캐빈’ 자격으로 5년 만에 그린캠프를 찾았다. 김 씨는 “그린캠프는 아직도 자기소개를 할 때 활용할 만큼 내 인생에서 매우 인상 깊었던 경험 중 하나”라며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며 협동심, 자립심을 키우는 등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린캠프 참여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캠프 모집 경쟁률이 평균 20 대 1에 달한다. 캠프 참가신청 이유에 대한 에세이를 신청자가 홈페이지에 올리면, 그린캠프 교수진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이를 심사하는 방식으로 참가자를 선발한다. 비용은 유한킴벌리 공익기금에서 전액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2311개 학교, 3300여 명에 이르는 학생이 그린캠프를 거쳤다. 이 부사장은 “학생들이 공기 맑은 숲 속에서 자연과 함께한 기억을 토대로 환경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캠프 기간 벌레를 ‘친구’라고 부르게 됐다는 경기 동우여고 2학년 김수지 양(17)은 “캠프에서 배운 대로 학교 근처 벚나무를 ‘내 나무’로 정해 사랑하고 아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양=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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