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섬 불나면 직접 끌수 있게 의용소방대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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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80곳 소방인력 부족
자치단체에 관리권 넘겨
소방차-수당지원 확대 필요

5월 2일 오후 7시경 전남 신안군 도초면 주민 45명의 휴대전화가 동시에 울렸다. ‘도초면 죽연리 신교마을 한 가정집에 불이 났다’는 119 문자메시지였다. 고재삼 의용소방대장(54)과 주민 15명은 면주민센터에 있는 5t 소방차를 몰고 면 소재지에서 3km 떨어진 신교마을에 7분 만에 도착했다. 불이 난 가정집이 목조건물인 탓에 2시간 만에 전소됐지만 이들은 불이 이웃집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인근 비금면 119 소방차가 도착하자 합동 진화작전을 벌였다. 도초면 주민들은 119 소방대원 도움 없이 화재 진압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다. 도초면은 주민들이 소방차를 직접 몰고 가 불을 끄는 전담 의용소방대 체계다. 소방차를 운전할 수 있는 1종 대형면허가 있는 주민 4명을 중심으로 4개 팀을 편성해 매달 화재진압 훈련을 하고 있다. 전담 의용소방대가 주민 4500명(1200가구)의 안전을 1차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고 대장은 “주민들이 의용소방대를 직접 운영하면서 불이 나면 남에게 미루는 분위기가 사라졌다”며 “내가 서둘러 출동하지 않으면 이웃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책임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섬이나 산간벽지가 많은 전남은 소방대원 한두 명이 근무하는 119지역대가 전체 지역대의 70%인 80곳이나 된다. 이 때문에 섬 지역은 화재 초기 진압이 어려운 사각지대다. 섬 지역은 소방인력이 부족한 데다 3교대 근무 도입과 인력 집중 배치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어 여건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전남은 화재 초기에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불을 끄는 전담 의용소방대의 필요성과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

전남에서는 지난해 처음 고흥군 풍양면에 전담 의용소방대가 설치됐고 여수시 삼산면과 남면에 설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전담 의용소방대는 소방당국이 소방차의 관리권을 자치단체에 넘기거나 내구연한이 지난 소방차를 제공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자치단체는 소방차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소방당국은 의용소방대원에게 개인 출동수당 3만여 원 등을 부담한다. 음두호 여수소방서장은 “섬에서 불이 날 경우 소방서 소방차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지역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스스로 화마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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