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私 구분도 못하나… 軍 기강 해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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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100일 되던날 ‘작전용보트로 물놀이’

휴가중 공군 장교, 고교동문과 ‘유람’
국방부, 사고 다음날에야 상황 파악
어민들 “평소에도 민간인 승선 목격”

3일 사고로 전복된 고속단정은 국방부 정보본부 예하 정보사령부 소속이다. 작전과 무관한 군인과 민간인을 태울 수 없는 선박이다. 평소 해병대나 해군 특수전여단 등의 해안침투나 도하작전에 투입된다고 한다.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FRP) 등으로 선체를 경사지게 만들어 기동성이 떨어지는 고무보트의 문제점을 보완한 선박이다.

사고 당시 선박에는 군인 5명과 가족 친구 등 15명이 타고 있었다.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5일 “군인 5명(공군 소령 1명, 위관급 장교 2명, 부사관 2명)과 군인 가족 8명, 군인들의 고교 동문인 민간인 2명이 타고 있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작전에만 사용되어야 할 선박에 민간인들을 태우고 관광을 한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며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고교 동문인 공군 A 소령과 위관급 장교 2명, 부사관 1명은 휴가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해 민간인인 동문 2명을 초청했다. 사고 해역 주변에는 만리포해수욕장을 비롯한 휴양지가 많이 있다. 이들은 모임 도중 인근 특수부대의 휴양지인 해역을 돌아보기 위해 해당 특수부대의 고속단정을 빼내 사용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들은 해당 부대의 간부에게 부탁을 넣었고 그 간부의 지시에 따라 이 부대 B 원사가 고속단정을 조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후 7시 45분경 수면 위로 드러난 바위에 선박이 부딪혀 뒤집히면서 사고를 당했다. 국방부 측은 “사고 지역에는 당시 안개가 짙게 깔렸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썰물 때만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간출암’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부딪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고 발생 후 인근 바위 위에서 구조를 요청했고 신고 접수 후 현장에 출동한 해경에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탑승자 중에는 어린이 2명과 여성 4명도 포함돼 있었으며 중상자 3명 중 장교 부인인 김모 씨가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 2명은 별다른 부상이 없었다.

사고 발생 뒤 군의 보고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국방부가 사고 상황을 발생 다음 날인 4일 오후에야 파악한 것이다. 원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할 말이 없다. 거듭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에서 군의 초기 보고가 누락 및 왜곡됐다는 감사결과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상황인 만큼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고는 천안함 사건 발생 100일째 되는 날 발생했다. 군의 기강 해이와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도덕적 해이가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다다른 게 아니냐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어민들 사이에선 “평소 주말에도 다른 민간인들을 보트에 태우고 다니는 것을 봤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천안함 사건이 터진 지 얼마 안 됐는데 정신 차려야 할 간부들이…참, 당신네들 밑에 있는 장병들이 불쌍합니다”라고 질타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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