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단체 ‘아수나로’ 교원평가 반대… 쟁점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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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現 평가체제론 학생 목소리 못들어”
교사들 “서술형 평가땐 객관성 결여 가능성”


“공개수업 학부모 평가보다 수업받은 학생들이 평가를”
곽노현 교육감 의견과 비슷
서울시 교육정책 변화 주목

청소년 인권운동단체 ‘아수나로’는 6월부터 온라인,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교원평가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교원평가제 반대 청소년 선언’을 하기 위해서다. 중고교생이 주축인 이 단체는 최근 교원평가 반대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본보 5일자 A1면 참조
[관련기사]“성취도-교원평가 반대” 중고생 단체가 홍보전

교원 단체도 아닌 중고교생 중심 단체가 교원평가를 반대하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아수나로의 반대 운동은 현 교원평가 체제가 학생 중심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 제작한 선전물에서 “교사들이 학생 눈치 보겠다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교원평가는 절대 학생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게 아니다”며 “학생은 만족도 조사를 할 뿐, 교장 같은 윗사람들이 교사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 써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원평가 참여를 거부하라. 만족도조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고 독려하고 있다. 선전물을 본 회원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신나게 평가했다”며 반대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교원평가에 대한 의견도 이들의 생각과 비슷하다. 곽 교육감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원평가 때문에 수업공개를 의무화했는데 공개 수업을 준비하지 않는 교사가 어디 있느냐”며 “보여주기식 공개수업을 보고 동료교사와 학부모가 평가할 것이 아니라 매일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서술형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섣불리 학생 서술형 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A교사는 “학생들에게 서술형 평가지를 주면 무엇을 답해야 할지 몰라 감정적으로 ‘잘해준다’ ‘재수 없다’ 등 평가 외적 요소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원평가 선도학교였던 초등학교의 B교사는 “초등학생들은 평가 문항을 이해시키기도 어렵다. 학생 중심 평가의 객관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원평가 선도학교로 지정된 중학교의 C교사는 “수업공개 의무화를 하지 않으면 계속 피해 다니는 교사도 있다”며 “수업공개를 통해 수업 능력이 향상된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학생 중심 서술형 평가를 찬성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한 고교 교사는 “교원평가는 문제가 있는 교사를 파악하는 평가여야 한다”며 “교사의 문제점은 학생들의 목소리로 듣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사 중심 평가와 학생 중심 서술형 평가를 결합하는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해까지 3년간 교원평가 선도학교로 지정돼 우수학교로 꼽힌 서울대사범대부설여중 교사들은 학생 만족도 점수와 함께 서술형 평가를 함께 받았다. 이 학교 교사들은 “5점 만점의 만족도 점수만 받았다면 뭐가 부족한지 몰랐을 것”이라며 “아이들의 서술형 평가가 수업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 수업공개 횟수가 늘면서 동료평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시교육청 교원평가 TF팀 관계자는 “곽 교육감이 올해는 현 체제대로 교원평가를 하기로 했으니 일단 시행해본 뒤 문제점을 검토해 학생 서술형 평가 반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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