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 KMC 고등부 대상 탄 고1 ‘색다른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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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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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학의 어머니는 논술”

서술-사고력 문제 많은
경시대회에선
문제 이해-표현력이 중요
논술훈련이 위력 발휘해요

제21회 한국수학경시대회(KMC) 고등부 대상을 탄 경기북과학고 1학년 허윤행 군은 “제한 시간을 정해두고 수학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했다.
제21회 한국수학경시대회(KMC) 고등부 대상을 탄 경기북과학고 1학년 허윤행 군은 “제한 시간을 정해두고 수학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했다.
《허윤행 군(16·경기북과학고 1)은 한국수학교육학회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가 후원하는 제21회 한국수학경시대회(KMC) 고등부 대상의 주인공이다.
그는 앞서 열린 예선대회에서 총 30 문항을 모두 맞춰 만점을 받았다.
6월 29일 발표된 제24회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1 차 교육 및 수행평가에도 합격해 8월 22일 본선을 앞두고 있다.
사교육 도움보다는 학교수업을 바탕으로 스스로 공부하며 내신과 경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허 군. 그가 ‘수학 공신(공 부의 신)’이 된 비결을 소개한다.》

○ 어릴 땐 언어 실력부터 키우자!


허 군은 유치원에서 종이 위에 숫자를 쓰고 두루마리 휴지처럼 이어붙이는 놀이를 즐겼다. ‘1’부터 ‘10000’까지 써 내려갈 정도로 숫자를 좋아했다. 하지만 허 군의 어머니 장은미 씨(47)는 무리해서 수학 공부를 시키면 ‘혹시라도 수학에 흥미를 잃을까’ 염려했다. 허 군이 5학년 때 본격적으로 수학을 시작하기 전까지 장 씨가 시킨 것은 논술 공부였다.

“언어 실력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나중에 수학이나 과학도 잘 풀어낼 수 있다”는 어머니의 교육법에 따라 허 군은 일주일에 한 번씩 논술 공부방에 다녔다. ‘왕자와 거지’ 같은 동화책을 읽고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찬반을 나눠 토론한 뒤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수업이었다.

실제로 논술 공부는 수학에 도움이 됐을까? 허 군은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서술형 문제가 많고 창의적 사고력을 요하는 수학경시대회에서는 문제이해력과 표현력이 중요한데, 토론과 글쓰기 연습은 이런 능력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허 군은 “수학문제를 풀 때 답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잘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어릴 때부터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연습을 했던 게 수학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계획표 짜고 인터넷 활용하는 자기주도학습!

허 군은 6학년 때부터 꾸준히 수학경시대회에 도전했다. 중2 때 KMO 1, 2차에서 모두 동상을 받았다. 만족할 수 없었다. 겨울방학 동안에도 오전 8시 이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수학 공부에 몰두했다.

허 군은 학원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다. 스스로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자기주도학습을 했다.

그는 먼저 ‘이달엔 이 책을 끝내겠다’라는 월간 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른 주간, 일간 계획을 짰다. 기하 대수 정수 조합 등 수학의 네 분야 중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파악해 학습량을 조절했다. 자신이 잘하는 기하 분야는 어려운 문제집을 사서 풀고, 부족하다고 느낀 대수와 조합 분야는 기본기를 다지는 데 주력하는 식이었다. 설 연휴엔 ‘나만의 특강’처럼 평소 자신 없었던 부등식 단원을 집중 공략하기도 했다.

허 군은 “수학은 누가 일방적으로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직접 풀어봐야 실력이 늘기 때문에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면서 “그때 주도적으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실행했던 공부법이 습관이 돼서 지금도 꼭 계획표에 따라 자기주도 학습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 공부하면서 풀기 어려운 수학문제를 만나면 인터넷을 적극 활용했다. ‘XMO’라는 온라인 수학 카페에 가입했다.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게시판에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답변을 해 줬다. 이를 보며 풀이과정을 확인했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모르겠다고 올린 문제를 직접 풀어보고 답변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커뮤니티에는 경시대회 기출문제 등 수학문제 자료가 풍부했다. 이를 내려 받아 풀면서 ‘나홀로’ 학습을 이어 갔다. 심화 학습이 필요하면 해외 수학 사이트에 있는 논문을 참고했다.

허 군은 이렇게 공부한 수학 개념이나 공식을 차근차근 정리해 ‘나만의 수학노트’를 만들었다. 노력이 빛을 발해 중3 때 참가한 제23회 한국수학올림피아드 1차에서 금상을 탔다. 2차에서는 아쉽게 은상에 머물렀지만 이 상으로 과학고 입시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허 군이 스스로 공부하며 정리한 수학 노트.
허 군이 스스로 공부하며 정리한 수학 노트.
○ 문제를 풀 때 시간 배분에 주의하라!

허 군이 매번 승승장구 했던 것은 아니다.

“수학문제를 풀 때 시간 배분을 잘 못했어요. 중2 때 시도 경시대회에 나간 적이 있는데 두시간 동안 30문항 중 5문항밖에 풀지 못했어요. 나중에 보니 뒤쪽에는 풀 수 있는 문제도 있었는데 앞의 다섯 문제에 매달리다가 놓친 거죠.”

그는 제한 시간을 두고 문제 풀기를 연습했다. 준비하는 시험에 따라 문제 푸는 속도를 조절했다. 예를 들어 50분 동안 20문항가량을 풀어야 하는 학교 시험공부를 할 때는 문제당 2분으로 계산해 ‘10문제는 20분 안에 풀자’고 제한 시간을 정했다.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막히는 문제가 있으면 일단 다른 문제부터 푸는 습관이 생겼다. 특별히 KMC 대비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대상을 거머쥔 비결을 허 군은 평소에 했던 시간 분배 연습에서 찾았다. 안 풀리는 문제에 끙끙대며 시간을 버리느니 해결 가능한 문제부터 풀면서 점수를 확보해 나간 것.

그는 “시간 배분을 잘 해서 수학문제를 풀라는 말이 당연한 것 같지만 정말 중요하다”면서 “이런 습관이 몸에 배야 실전에 적용이 되고 시험을 망칠 확률이 적다”고 말했다.

허 군의 현재 목표는 8월에 있는 KMO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다. 단순히 대학 입시를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려운 문제를 보면 꼭 풀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가 끊임없이 경시대회에 도전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미국 범죄물 드라마에서 폭탄이 설치된 지점을 수학 지식을 활용해 찾더라고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아직 무엇을 할지 정하지는 못했지만, 수학을 응용하는 일을 할 것만은 분명해요. 우선은 어서 대학에 진학해 더 고차원적인 수학의 세계를 접하고 싶어요.”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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