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엔진-변속기-매연 3無’ 현대차 전기버스 타보니…‘부릉부릉’ 대신 ‘스르르’~

  • Array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소음 진동 적고 맨뒷좌석 낮아
연료비 ‘디젤’ 반의반 수준
노선 한번 돌때마다 충전 한계
차값 4억원 등도 대중화 변수

버스가 소리 없이 ‘스르르’ 출발하자 동승한 현대·기아자동차 직원이 “무슨 대공원에서 타던 관람열차 같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전철이 출발할 때의 느낌과도 흡사했다. 기자가 지난달 29일 경기 화성시 일원에서 17km를 타 본 현대차의 전기버스 ‘일렉시티’는 배기가스가 전혀 없다는 점 외에도 승차감이 기존 내연기관 버스보다 훨씬 쾌적했다.

현대차는 이 전기버스를 내년 서울시 일부 노선에 투입해 시범 운행하고 2012년 본격 생산할 계획이어서 버스에도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높은 가격 등으로 대중화에 난관도 적지 않다.

○ 친환경에 승차감도 쾌적

현대차가 독자 기술로 지난달 개발한 이 전기버스는 국토해양부의 표준형 저상 시내버스를 기본으로 개발돼 겉모습은 서울 시내에서 일반적으로 보는 파란색 간선버스와 다르지 않다. 최고시속(100km)이나 경사(29도)를 오르는 능력도 시내용 압축천연가스(CNG)버스와 같다.

내부는 일반 버스와 약간 달랐다. 엔진과 변속기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뒷좌석 사이의 통로가 경사나 계단 없이 평평해 뒷좌석으로 들어가고 나오기가 편했다. 특히 가장 뒷줄 좌석 높이가 일반 버스보다 낮아 맨 뒷자리 가운데에 앉아 있을 경우 차가 급정지해도 앞으로 나가떨어질 염려는 적었다.

엔진이 없는 만큼 운행할 때의 소음과 진동은 일반 버스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었다. 남찬진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책임연구원은 “정차 상태에서 뒷좌석 기준으로 경유 버스보다 6dB(데시벨), CNG버스에 비해서는 4dB 더 조용하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실제로 느낀 소음 정도는 일반 버스의 절반 수준이었다. 변속기가 없어 가속을 할 때 변속 충격도 없었다.

현대차 측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적용될 경우 전기버스의 연간 전기료가 1308만 원가량일 것으로 추정했다. 디젤버스(약 5000만 원)나 CNG버스(약 3194만 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 “전기승용차보다 정책 효과 뛰어나”

자동차업계에서는 보급했을 때의 정책 효과나 보급 과정의 난관 등을 고려할 때 승용차보다는 버스를 먼저 ‘전기차화(化)’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양의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다면 도심에서 운행하는 버스의 배기가스를 줄이는 편이 더 낫고, 충전시설도 노선이 일정하고 차고지가 있는 버스 위주로 설치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세금으로 충당되는 구매보조금을 승용차를 사는 개인보다는 버스 운수업체가 받는 게 더 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걸림돌도 있다. 전기버스는 차량 가격이 대당 4억 원 이상으로 저상 CNG버스(2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비쌀 것으로 보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얼마나 많은 구매보조금을 주느냐가 관건이다.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최대 120km(일반 버스는 300km)여서 평균 30∼60km 정도인 시내버스 노선을 한 번 운행할 때마다 충전을 해야 하고, 그만큼 배차에도 신경 쓸 일이 많아진다.

화성=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