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추락] ‘아 대한민국’ 부르던 응원시민들 “아… 나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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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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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가 탄식으로 바뀌는 데는 몇 분 걸리지 않았다. 10일 오후 5시경 전남 고흥군 남열해돋이해수욕장에 모인 시민들이 나로호 발사 직후 환호하다가(왼쪽 사진) 잠시 후 통신이 두절됐다는 소식에 이어 추락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망연자실하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고흥=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환호가 탄식으로 바뀌는 데는 몇 분 걸리지 않았다. 10일 오후 5시경 전남 고흥군 남열해돋이해수욕장에 모인 시민들이 나로호 발사 직후 환호하다가(왼쪽 사진) 잠시 후 통신이 두절됐다는 소식에 이어 추락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망연자실하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고흥=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 나로우주센터 환호에서 탄식까지 1시간 20분

17시 1분 “와!”

관람객 1000여명 발사에 탄성

17시 9분 “어?”

“통신두절”에 연구원들 동요

18시 20분경 “아…”
추락 소식에 시민들 긴 한숨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꿈을 담은 나로호가 추락해 너무 슬퍼요. 다음 발사 때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믿어요.”

고흥 녹동초교 5학년 오혜민 양은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로호 발사 장면이 잘 보이는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은 10일 오후 발사 137초 만에 ‘축제의 장’에서 ‘탄식의 장소’로 바뀌었다. 1시간 20분 뒤 한국 최초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Ⅰ)가 ‘하늘 문’을 열지 못하고 추락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나로우주센터 인근에 모인 사람들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국민들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 10여 분 동안 ‘긴장→환호→낙담’

발사 초기만 해도 분위기는 희망적이었다. 발사 연기 하루 만인 10일 오전 나로호 발사가 결정되자 과학기술자들과 시민들은 고흥 지역의 날씨를 궁금해하며 하루를 보냈다. 오후 4시 46분 발사 초읽기(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전국의 시민들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나로우주센터에서 16km 떨어진 남열해돋이해수욕장 모래사장에는 전국에서 온 관람객 1000명이 모여 발사를 지켜봤다. 이날 관람객들은 태극기 2000개를 흔들고 풍선 2000개를 날리며 나로호 성공 발사를 기원했다. 초읽기가 시작되자 “이번만은 하늘 문을 열자”는 간절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관람객들은 나로호가 흰 연기와 함께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솟구치자 함성을 질렀다.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MDC)의 관계자들도 초조한 마음으로 중앙 모니터를 바라봤다. 조광래 발사체본부장은 발사 30초가 되자 입술을 깨물었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오후 5시 1분 나로호가 발사되자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환호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발사 3∼4분 후 발사지휘센터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8분 24초쯤 지났을 때 나로호와 통신이 끊겼다는 방송이 나왔다. 14분이 지나자 연구원들이 수군대면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5시 30분경 장내에 있던 정운찬 국무총리는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니겠느냐”며 격려했지만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별다른 말없이 센터를 나갔다. 추락 소식이 전해지자 센터는 침통 그 자체였다. 백홍열 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이번에 무조건 성공해야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응원하던 시민들도 허탈해했다. 시민들은 발사 10분 뒤 대형 멀티비전에서 ‘나로호 통신두절’이라는 자막이 떴지만 대중가요 ‘아 대한민국’을 힘차게 불렀다. 관람객들은 “나로호는 반드시 교신이 될 것”이라며 힘찬 응원전을 펼쳤다. 그러나 관람객들은 이내 “안타깝다”는 탄식을 하며 하나둘 자리를 떠야 했다.

서울역 맞이방에서 TV로 나로호 발사 장면을 지켜보던 시민 150여 명도 ‘통신 두절’이라는 자막을 보고 일제히 ‘아∼’ 하고 탄식을 쏟아냈다.

○ 시민들 “다음에는 성공하길” 기원

시민들은 실패를 아쉬워했지만 비교적 침착했다. 친지와 함께 해수욕장을 찾은 안양례 씨(55·고흥군 과역면)는 “무사히 우주까지 잘 날아가라고 마음속 깊이 기도했는데 또 실패라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종모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며 “항공우주 과학기술자들이 실패 원인을 분석해 다음번 도전에서는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흥=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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