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大 시간강사들, 강사료 5% 항의성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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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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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강의하면 3만6400원, 월수입 40만원인데… 동결한다고?”
4대보험도 소외… “교원지위 회복이 유일한 해법”

998일째 천막시위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에서 대학 강사들의 교원지위 회복을 요구하는 1인 텐트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동애 씨. 김경제 기자
998일째 천막시위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에서 대학 강사들의 교원지위 회복을 요구하는 1인 텐트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동애 씨. 김경제 기자
“시간강사 강의료 5% 인하를 대학 측에 제안합니다. 높아서 내리자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교원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겁니다.”

교수 임용 탈락 등을 비관해 한 대학 시간강사가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가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한 대학의 시간강사들이 강의료를 스스로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성균관대분회는 31일 “강의료 5% 인하 제안을 담은 단체협약 및 임금 요구안을 이번 주 대학 측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균관대 시간강사의 강의료는 시간당 5만6000원가량으로 다른 대학보다 높은 편이지만 올해는 학생들의 등록금과 함께 동결됐다. 노조는 “대학이 학생과 등록금 문제를 협의할 때 강의료가 비싸다는 점을 내세운다”며 “대학 측의 논리대로라면 강사들의 강의료를 낮추면 학생들의 등록금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이처럼 강의료를 스스로 깎자고 나선 것은 강의료를 공론화함으로써 근로조건을 개선해보자는 취지에서다. 노조는 “강의료 인하 문제를 대학 측과 얘기하다 보면 시간강사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환경 등의 문제도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학 강의 33.8% 전담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 186개 학교에 7만2419명의 시간강사가 있다. 중복출강을 제외하면 5만7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대학 강의의 33.8%(비정규교수노조 추산 45∼50%)을 담당하고 있지만 평균 연봉은 487만5000원으로 전임강사 평균연봉(4123만8000원)의 11.8% 수준에 불과하다. 한달에 40만6250원을 버는 꼴이다. 평균 강의료는 시간당 3만6400원 선. 그나마 강의가 없는 방학에는 아예 수입이 없다.

이 때문에 한창 연구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시간강사들은 생업을 위해 전국을 돌며 강사를 하거나 부업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1997년부터 시간강사로 일했다는 임성윤 성균관대 강사(45·서양사 전공)는 “강사료로는 교통비 정도밖에 안돼 강사들은 번역, 학원 강의, 과외 등의 다른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전임과 비전임의 격차가 극심해 교수 임용이 되지 못하면 극단적인 처지에 내몰린다”고 말했다.

○ 고용불안에 4대 보험도 보장받지 못해


시간강사들은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교과부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대학과의 계약기간이 6개월 이내인 시간강사가 6만3965명(88.3%)이었다. 10명 중 9명은 다음 학기에 강의가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4대 보험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최근에야 대학 강사의 경우 3개월 이상 계속 근무하면 직장가입자로 분류되는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여전히 지역가입자로 분류된다. 월 60시간 이상 일해야 직장가입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험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대학이 전체의 절반에 불과하다.

열악한 연구공간도 문제다. 성균관대 명륜캠퍼스의 경우 수백 명의 시간강사가 강의를 하지만 8명이 쓸 수 있는 공동연구공간이 전부다. 경기지역 한 사립대 시간강사 김모 씨(40)는 “강의가 없는 시간에 머물 곳이 없어 운동장이나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라며 “내가 왜 박사학위를 땄나 하고 후회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 “교원 지위 인정해 달라”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998일째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천막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동애 씨(63·여)는 31일 “고등교육법이 개정돼야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한성대에서 1992년부터 7년여 동안 강사로 일하다가 감봉을 당하고, 학교 측에 감봉무효소송을 낸 뒤 강의 배정을 받지 못했다. 그는 “1977년 법 개정으로 잃어버린 교원 지위를 시간강사에게 다시 부여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시간강사제도를 폐지하고 교원지위를 부여하는 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한번도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비정규직교수노조는 시간강사의 계약기간을 2년 내외로 하고 전임강사의 절반 수준으로 연봉을 지급한다면 국·공립대의 경우 연간 1000억 원 미만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서울지역 사립대 시간강사는 “시간강사가 신변을 비관해 자살하는 것이 벌써 7번째지만 그때만 잠깐 이슈로 떠오르다 묻혔다”며 “이번에도 금세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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