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례 입영연기… 4개월 노역장 생활… 나이많아 면제… 대법 “병역기피 책임 묻지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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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의무 부과 가능한데도 국방-법무부 업무협의 안돼”

스무 살 때인 1996년 2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첫 소집명령을 받은 박모 씨(34)는 대학 진학, 공군장교 선발시험 응시, 대학원 진학, 사법시험 응시, 자격시험 응시 등의 사유로 2006년 5월까지 모두 7차례 입영을 연기했다. 그는 2006년 7월 다시 소집통지서를 받자 2007년이 되면 나이가 많아 병역을 면제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검찰에 찾아가 “이전에 저지른 사기죄의 벌금 700만 원을 낼 수 없으니 노역장에 유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그를 5만 원에 하루씩 140일간 노역장에 유치했고, 박 씨는 이듬해 1월 형기를 채우면서 병역도 면제받았다.

노역장 유치 도중에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검찰은 2006년 11월 박 씨를 병역법상의 ‘도망’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내렸고, 2심에서는 유죄로 뒤집혔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다시 무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병역법상의 ‘입영기피’ 혐의를 추가했지만 다시 무죄가 선고되자 상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13일 박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박 씨가 검사의 명령으로 노역장에 유치돼 공익근무요원 소집에 응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며 무죄를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박 씨로서는 7차례의 입영 연기, 4개월여의 노역장 생활에 이어 5차례나 재판을 받은 끝에 14년 걸려 병역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 셈. 대법원은 “국방부와 법무부가 업무 협의와 조정으로 박 씨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할 수 있었지만 박 씨의 형 집행을 계속했으므로 박 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최종결론을 내렸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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