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들여다보기’ 20선]<13>아프리카, 열일곱 개의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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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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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물과 내란뿐인 땅이라 생각할까
◇아프리카, 열일곱 개의 편견/엘렌 달메다 토포르 지음·한울아카데미

《“아프리카에 대한 가장 강력한 고정관념은 아프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주민들에 대한 포괄적 관점과 이미지이다. 아프리카인들은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생활하고 행동하고 생각한다는 식이다. 그러한 고정관념에서 일반화에 근거한 판박이 표현들이 생겨나는데, 우리가 네 묶음으로 분류한 상투적 표현들(아프리카인들의 행동, 식민지배의 영향, 아프리카 대륙의 현재적 난관, 아프리카의 세계적 위상에 관한 고정관념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프리카의 흑인과 유럽의 백인은 유전적으로 얼마나 다를까. 프랑스의 장 베르나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Rh+ O형의 혈액형을 가진 백인과 흑인은 서로 다른 혈액형을 가진 백인 두 사람이나 흑인보다 유전적으로 더 강한 근친성을 보인다. 인종이 사람 사이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편견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프랑스 파리1대학 역사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 아프리카에 대한 여러 편견과 편견이 퍼진 경위를 소개하고 그것이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아프리카의 식민 지배는 유럽인이 아프리카인보다 우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편견도 깨져야 한다. 프랑스는 마다가스카르를 점령하기 위해 1885년과 1894년 두 차례 전쟁을 벌었다. 전투를 주도한 갈리에니 장군은 왕조를 무너뜨리고 여왕 라나발로나 3세를 폐위했다. 이에 맞서 마다가스카르인들은 무장 봉기를 일으켜 프랑스에 저항했다. 이탈리아는 1896년 에티오피아의 아두에 전투에서 패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인들은 식민 지배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이것은 그들이 유럽인의 우월성을 수긍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아프리카가 국제원조로 먹고산다는 생각도 잘못됐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무상원조보다 이자를 지불하고 돈을 빌리는 공공개발 원조에 의존한다. 그나마 프랑스 영국 등의 아프리카 공공개발 원조 규모는 1970, 80년대 몇 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며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아프리카 국가의 재정은 1990년대 크게 악화됐는데, 1990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전반적으로 부채가 재화와 용역 수출액의 340%에 이르렀다.

아프리카는 폭력의 대륙이라는 시선도 바로잡아야 한다. 2004∼2005년 전 세계 분쟁지역은 모두 14곳이었는데, 그중 아프리카는 4개 국가였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분쟁을 타개하기 위한 긍정적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1998∼2000년 전쟁을 벌였지만 2004년 11월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세네갈은 2004년 12월 카자망스의 민주주의 세력 연합과 정부 사이에 평화협정을 조인했다. 2004년 6월 베냉의 코토누에서는 아프리카의회회담이 열려 ‘기본 인권의 존중’ 선언을 채택하고 난민문제 해결을 모색했다. 저자는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텔레비전 방송이 아프리카에 관한 뉴스에 동물과 무장 투쟁만 담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대중매체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도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동정과 연민만 부추기는데, 이는 민족 간 불평등주의적 관점만 조장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끝으로 위인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담은 발언을 소개한다.

“아프리카는 참으로 묘한 땅이다. 아시아도 역사가 있고, 아메리카도 역사가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역사가 없다.…이 야생의 아프리카는 두 양상만이 있다. 즉, 사람이 살면 미개하고, 사람이 살지 않으면 혹독하다.”(빅토르 위고)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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