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 말라던 MB, 전면에…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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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여야3당대표와 ‘천안함 회동’ 의중은
‘北소행’ 염두 둔 기류변화…향후 대응 국민적 합의 도출
오늘 ‘재발방지’ 라디오연설…조만간 국가원로와 간담회도

천안함 함미가 인양되고 내부가 아닌 ‘외부 폭발’에 의한 침몰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청와대도 서서히 북한 소행을 염두에 두고 사후 대응을 어떻게 할지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분위기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섣부르게 예단하지 말라” “원인 규명은 속도보다는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는 신중한 태도에서 벗어나 천안함 사건 대응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이니셔티브를 쥐겠다는 태도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선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민 여론의 흐름, 사후 대응 문제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민 감정을 잘 알고 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과정”이라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철저하고 객관적인 조사에 방점을 뒀던) 대국민 메시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소행 여부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분위기는 종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나도 짐작이야 하지만…”이라면서도 북한의 도발 여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천안함 인양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북한의 소행이라면…”이라는 가정 아래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점을 밝히기 시작했다.

이런 기조하에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사태로 규정하고 앞으로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주도적으로 도출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청와대의 고민은 장차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다 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등 국제적 대응 외에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언론 등에서 북한 소행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적지 않은 국민이 이를 믿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와야…”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대통령이 여야 3당 대표를 20일 청와대로 초청해 천안함 대책을 논의하는 오찬 간담회를 갖고 조만간 전직 대통령, 종교계 원로와도 간담회를 갖기로 한 것도 이런 딜레마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나오기로 한 것은 심상치 않은 국민 여론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명명백백한 증거 없이 섣불리 북한 도발을 꺼낼 경우 오히려 북한의 역공세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판단이지만 보수 진영 일각에선 너무 미온적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해왔다.

또 희생 사병 애도와 철저한 조사를 강조하는 메시지만 내놓을 게 아니라 국가안보의 전반적인 현황에 대한 평가와 함께 국군 통수권자로서 좀 더 무게 있고 전략적인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19일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연설’이란 제목으로 생방송으로 진행된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추모 메시지와 함께 재발 방지에 관한 의지를 담은 언급도 강하게 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잇단 간담회 등을 통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국군 통수권자로서 좀 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정부와 한나라당은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정운찬 총리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임을 인식해 국가안보 태세를 재확립하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기로 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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