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언어영역/함정 피하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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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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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추론 문학 → 장르적 지식, 비문학 → 주제 파악이 최우선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을 풀 때 쉬운 제재도 어려운 제재라고 단정하고 당황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특히 과학이나 기술 제재가 출제될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 경우 제재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거나 그 내용을 다른 글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해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모든 시험에는 함정(陷穽)이 있다. 함정은 답지에서 나온다. 거의 모든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의 답지는 △정답지 △정답과 60% 정도의 일치도를 보이는 두 개의 답지 △20%의 정확도를 갖는 한 개의 답지 △정답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한 개의 답지 등 총 5개로 구성된다.

오답지 중에서 두 개 정도는 수험생이 ‘정답’으로 착각할 수준으로 나온다. 하지만 수험생은 함정에 빠진 사실을 모른 채 문제가 어려워 틀렸다거나 지문을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틀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함정에 빠지는 가장 큰 원인은 주제 파악과 내용 파악이 잘 안 됐기 때문이다.

많은 수험생은 수능 언어영역 중 가장 어려운 문제 유형으로 ‘적용(適用)하기’와 ‘추론(推論)하기’를 꼽는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학의 경우 장르적인 기본 지식을 쌓고, 비문학의 경우 어휘력을 길러 주제를 찾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학생들은 ‘우이독경(牛耳讀經·쇠귀에 경 읽기라는 뜻으로,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 주어도 알아듣지 못함)’ ‘마이동풍(馬耳東風·동풍이 말의 귀를 스쳐간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지나쳐 흘려버림)의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

적용과 추론의 기본은 문학의 경우 장르적 지식 활용에, 비문학의 경우 내용 파악에 있다. 의치학전문대학원 입문시험(MEET/DEET)에서도 가장 중시하는 능력이 적용과 추론 능력이다. 적용과 추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생소한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어려운 답지의 용어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수험생은 2011학년도 수능 시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두 가지 출제원칙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지문은 △인문·사회 △과학·기술 △문학·예술 △생활·언어 등 여러 분야에서 뽑아 독서 체험의 폭과 깊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는 것이다. 또 평소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독서 체험이 풍부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수험생은 과학·기술 제재가 나오면 어렵게 느낀다. 하지만 수능에서는 과학이나 기술 분야의 전문지식을 측정하기 위해 과학·기술 제재를 출제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2011학년도 수능은 영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EBS 수능강의를 중심으로 △지문을 재구성하거나 △그림·도표 등의 자료를 활용하거나 △문항을 변형하거나 △중요 개념이나 원리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비문학 제재의 경우 EBS 수능강의에서 다룬 소재나 자료(보기)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풍부한 배경지식과 어휘력을 바탕으로 EBS 수능강의를 수강해두면 제시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식할 수 있다.

EBS 수능강의에서 나오지 않는 약 30%를 대비한 학습도 필요하다. EBS 수능강의에서 나오지 않더라도 변별력을 위해 고난도 문항이 출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읽기 지문에서 함정을 파는 사람들은 ‘세부 정보의 파악’을 염두에 둔다. 전체 대의를 묻는 문항에서 함정을 파기보다는 세부적인 정보를 파악하거나 그를 중심으로 추론하거나 적용하는 문제에서 함정을 파는 것.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세부적인 정보 하나에서 정답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음은 이런 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문제로 오답률이 매우 높았다.

[예문] 2011학년도 대비 3월 서울시교육청 학력평가 47∼50번 지문

19세기 중반 인쇄공인 해리슨은 활자를 세척하던 중 에테르가 증발하면서 손이 차가워지는 데 착안하여, 이를 냉매로 한 냉장고를 개발하였다. 냉장고는 이처럼 액체 상태의 냉매가 기체가 되면서 주위로부터 열을 빼앗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반대로 기체 상태의 냉매가 다시 액체로 바뀔 때는 열을 방출한다. 냉장고 뒤에 있는 파이프들은 이 열을 식히는 장치이다. 그래서 냉장고에는 냉매와 파이프, 그리고 모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에 일반 냉장고와는 달리 이런 장치가 없는 냉장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신 이 냉장고에는 ‘열전반도체’가 있다.

열전반도체는 전자(음전하)가 많은 N형 반도체와 정공(양전하)이 많은 P형 반도체를 붙여 만든 것이다. 열전반도체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N형 반도체에 있는 전자는 전원의 양극(+)으로, P형 반도체에 있는 정공은 음극(-)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런데 전자나 정공이 이동하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가 접합된 부분에서 열을 흡수한 다음에, 다른 접합 부분에서 열을 방출하게 된다. 그러면 한쪽 접합부는 차갑고, 다른 한쪽 접합부는 뜨겁게 된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한 냉동을 열전 냉동이라 한다. 이것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금속을 연결한 후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두 금속의 접합부에서 열이 발생하거나 흡수되는 ‘펠티에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위의 그림에서처럼 열전반도체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N형 반도체의 전자는 ㉮ 부근에서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왜냐하면 전자는 전류의 반대 방향인 전원의 양극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P형 반도체에 있는 정공은 ㉯ 부근에서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왜냐하면 정공은 전원의 음극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의 접합부 ㉮와 ㉯는 열을 빼앗겨 차갑게 되는 반면에, 다른 접합부인 ㉱와 ㉲는 뜨겁게 된다.

한편, 온도차를 이용하면 열전반도체로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다. 열전반도체의 한쪽에 열을 가해 다른 쪽과 온도 차를 만들면 고온부에 있는 전자 및 정공은 저온부에 있는 것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전자와 정공은 온도가 낮은 저온부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면 전자의 이동과 반대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처럼 열전반도체를 이용하여 전류를 얻는 발전을 열전 발전이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전류는 온도차와 비례한다. 이것은 서로 다른 금속을 연결한 후 접합부에 가열하면 전류가 발생하는 ‘제벡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펠티에 효과나 제벡 효과를 열전현상이라고 하는데, 이 열전현상은 1800년대에 발견되었으나 효율이 낮아 별로 이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열전반도체의 개발로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열전반도체는 기존 시스템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온도의 유지나 조절을 정확히 할 수 있다. 또한 열전반도체를 이용한 시스템은 진동이나 소음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부품이 적어 작게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환경 친화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활용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 제시문은 냉장고에 있는 열전반도체로 주의를 환기하면서 △열전반도체와 펠티에 효과 △제벡 효과 △열전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깊이 생각해야 하는 제시문과 문제가 뒤에 배치됨에 따라 정답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여기서 출제된 문항은 다음과 같았다.

48. 위 글을 바탕으로 <보기>의 ‘열전 발전’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① ⓒ와 ⓓ에 열을 가하면 전류는 ‘ⓒ→ⓐ→ⓑ→ⓓ’로 흐른다.

② ⓑ에 열을 가하면 P형 반도체에 있는 정공이 ⓓ의 방향 으로 이동한다.

③ ⓐㆍⓑ의 온도와 ⓒㆍⓓ의 온도의 차가 클수록 발생하 는 전류도 커진다.

④ ⓐ에 열을 가하면 그 부근에 있는 N형 반도체의 전자가 ⓒ 부근에 있는 전자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⑤ ⓓ에 열을 가하면 그 부근에 있는 P형 반도체의 정공이 ⓑ 부근에 있는 정공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이 문항에선 ③, ④번에 대한 오답률이 높았는데 글의 핵심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제시문의 3, 4번째 문단이 문제풀이의 핵심인데, 배경지식을 이용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제시문에서 ‘전자는 전류의 반대 방향이 전원의 양극으로 이동한다’ ‘정공은 전원의 음극 쪽으로 이동한다’ ‘전자와 정공은 온도가 낮은 저온부로 이동한다’ 등의 표현을 정확히 이해했다면 함정에 빠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열전반도체의 ⓒ와 ⓓ에 열을 가하면 이 부근의 전자(電子·음전하)와 정공(正孔·양전하)은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그러면 전자는 온도가 낮은 ⓐ로 이동하게 된다. P형 반도체에 있는 정공도 온도가 낮은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이때 전류는 전자 이동의 반대 방향과 정공 이동의 같은 방향인 ‘ⓒ→ⓓ→ⓑ→ⓐ’로 흐르게 된다. 따라서 전자의 이동 방향을 나타낸 ‘ⓒ→ⓐ→ⓑ→ⓓ’는 전류의 이동 방향으로 적절하지 않다.

[해설] ②번 정공은 고온부에서 저온부로 이동한다. 따라서 ⓑ에 열을 가하게 되면 ⓑ 부근에 있는 정공은 저온부인 ⓓ의 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 ③번 열전 발전으로 얻는 전류는 두 부분의 온도차에 비례한다. ⓐ, ⓑ의 온도와 ⓒ, ⓓ의 온도차가 클수록 발생하는 전류도 커진다. ④번 열을 가하면 전자는 이전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따라서 ⓐ에 열을 가하면 그 부근에 있는 전자가 ⓒ부근에 있는 전자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⑤번 정공도 ④번과 같은 이유로 ⓓ 부근에 있는 정공이 ⓑ 부근에 있는 정공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정답은 ①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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