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키워드가 있는 책읽기]DIGITAL-ANALOG “우리는 사이좋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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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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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따라잡기


3일 미국에서 애플사가 제작한 ‘아이패드’가 시판됐습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애플 스토어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며 아이패드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장 문이 열리자 막 구입한 아이패드를 손에 쥔 고객들의 뿌듯한 표정이 포착된 사진도 있습니다. 아이패드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중간형태로 ‘들고 다니는 모니터’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2002년에 개봉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기억하시나요? 주인공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이 허공에 떠있는 투명 디스플레이에 터치로 여러 개 창을 만들고 정보를 찾는 바로 그 장면. 똑같은 형태라고 보긴 어렵지만 영화 ‘아바타’에서도 비슷한 디스플레이가 등장했습니다.

이제 컴퓨터를 한 손에 들고 다니면서 e메일을 보낼 수도 있고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e북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패드는 책 반 권 정도의 두께에 무게는 약 0.68kg에 불과합니다. 아이패드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마치 진짜 책처럼 말이지요! 신문도 읽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는 제목만 보고 넘기는 기사가 많지만 실제 신문과 똑같이 지면을 화면에 구현하는 아이패드로는 하나하나 넘겨보면서 읽을 기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최첨단을 달리는 디지털기기의 면면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속에 숨어있는 ‘아날로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손 안에 든 컴퓨터’로 불리는 애플의 아이폰으로 관상을 볼 수 있다는 것 아시나요? 아이폰으로 인물의 얼굴을 찍으면 프로그램이 얼굴을 분석해 ‘당신의 작고 찢어진 눈은 강한 집중력의 소유자임을 나타냅니다’라는 식의 답을 내놓습니다. 관상을 보는 사람과 보려는 사람이 마주 앉아 진지한 눈빛으로 이모저모를 뜯어보는 아날로그적 행위를 디지털기기가 대신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저서 ‘디지로그’를 통해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합친 ‘디지로그’라는 단어를 탄생시켰습니다. 디지로그에서의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전자공학에서 쓰는 기술용어보다 좀 더 넓은 정보기술(IT) 전반의 문명현상을 담습니다. 책을 통해 디지털과 아날로그, 그 공존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 책 속에서 키워드 찾기 ■


젊은 세대일수록 컴퓨터와 인터넷의 정보환경에 익숙하고 나이 든 사람일수록 아날로그의 삶에 익숙하기 때문에 디지털 디바이드는 곧바로 세대 간의 격차와 신구 문명의 디지털 아날로그, 두 공간의 충돌을 의미하게 된다. BC는 예수가 태어나기 이전(before Christ)의 기원전을 의미하는 약자이고 AD는 예수가 태어난 기원(Anno Domini)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요즘의 BC는 컴퓨터 이전을 뜻하고(before computer) AD는 디지털 이후(after digital)의 시대를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휴대전화를 왼손에 들고 통화하는 사람은 BC시대의 아날로그 인간이고, 오른손으로 들고 거는 사람은 AD시대의 디지털 인간이다. 엄지족들은 오른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번호를 찍지만 옛날 기계식 전화기를 사용해왔던 아날로그인들은 왼손으로 수화기를 들고 오른손으로 전화 다이얼을 돌려 버릇했기 때문이다(150, 151쪽).

책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격차를 말합니다. 때로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선택의 문제로 비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아버지가 날이 더우니 바람이 들어오게 창문을 열라고 해서 아이가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와서 모기 들어온다고 문을 닫으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창문을 닫아야 할까요, 열어야 할까요? 어느 쪽을 선택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책에선 답을 ‘선택’이 아닌 ‘창조’에서 찾으라고 말합니다. 방충망을 설치해 문을 닫으면 모기는 들어오지 못하고 바람은 들어오겠죠. 책은 이와 같이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잇는 ‘디지로그’가 희망의 키워드라고 말합니다.

디지로그의 사례는 주변에서 다음과 같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와 다음이 제휴를 통해 종이책과 디지털 콘텐츠의 결합이라는 디지로그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아시다시피 교보문고는 국내 최대의 아날로그 대형서점이고 다음은 국내 포털의 대표주자 중 하나가 아닙니까?(중략) 마우스 같은 입력 장치인 태블릿도 전형적인 디지로그 제품이지요. 종이와 연필을 쓰는 것처럼 태블릿판에 볼펜처럼 생긴 전자펜으로 글씨를 쓰거나 세밀한 그래픽 작업까지 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 선거 벽보도 디지로그 융합의 결과물로 볼 수 있어요(중략). 사이버 벽보는 수만 명 후보자의 미니홈피를 한데 모아 놓은 거예요. 지역별, 이름별, 정당별로 후보자 검색이 가능하고 후보자 개개인의 신상과 주장, 공약 등 개인적인 사항부터 후보자 간 대비는 물론 장단점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투표할 사람으로선 디지털 정보로 사람을 정하고 투표는 아날로그 식으로 하게 되는 것이지요(164쪽).

디지털 혁명은 어디까지 계속될까요? 빠르게 변화하는 삶 속에서 아날로그적인 삶은 어떻게 남겨질까요? 중요한 점은 ‘나는 디지털 세대를 이해할 수 없어!’ ‘시대에 뒤떨어지게 아날로그 감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니’ 같은 마음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 책 읽고 생각하기 ■

① 디지로그의 사례를 세 가지 찾아봅시다.
② 다음 글을 읽고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주제로 1000자 이내의 글을 써봅시다. 아래 e메일 주소로 글을 보내준 독자 중 다섯 분을 선정해 책을 선물로 드립니다.

· 생활(living)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삶(life)은 어디에 있는가.
· 지혜(wisdom)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생활은 어디에 있는가.
· 지식(knowledge)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 정보(information)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식은 어디에 있는가.
- T S 엘리엇의 ‘바위’ 중에서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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