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유사석유 유통-단속, 첨단장비 대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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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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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가 시대 꾸준히 유통… 매년 700~800건 적발

리모컨으로 선별 주유… 착색제 뺀 등유, 경유와 섞기도
단속기관도 산업용내시경-전파탐지 장치 등 총동원

6일 오후 한국석유관리원 직원이 ‘비노출차량’에서 유사석유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비노출차량은 겉모습은 일반 차량과 같지만 내부에는 석유분석장비가 설치된 유사석유 단속차량이다. 이성호 기자
6일 오후 한국석유관리원 직원이 ‘비노출차량’에서 유사석유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비노출차량은 겉모습은 일반 차량과 같지만 내부에는 석유분석장비가 설치된 유사석유 단속차량이다. 이성호 기자
《6일 오후 1시경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주유소. 흰색 중형차가 주유기 앞에 멈췄다. 창문이 내려가고 운전자가 말했다. “3만 원어치만 넣어주세요.” 주유가 끝나자 운전자는 조용히 승용차를 몰고 1km 정도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에 세웠다. 이어 가방에서 노트북컴퓨터를 꺼낸 뒤 승용차 내부에 설치한 기계장치에 선을 연결했다. 2, 3분 지나자 ‘지잉’ 하는 기계음과 함께 모니터에 여러 숫자와 그래프가 나타났다.》

“여긴 괜찮네요. 벤젠이나 톨루엔 수치가 모두 허용치 이내예요.” 운전자는 바로 한국석유관리원 유사석유특별대책본부 소속 강대혁 과장(41)이다. 이날 강 과장은 ‘비노출차량’을 이용해 유사석유 불시점검을 실시했다. 비노출차량의 겉모습은 일반 승용차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값비싼 석유 성분 분석장비가 설치돼 있다.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고 5분가량 지나면 유사석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강 과장은 “분석 때마다 승용차 안에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 고역이지만 비노출차량이 없으면 유사석유 유통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사라지지 않는 유사석유


유사석유는 2000년대 초반 ‘세녹스’가 등장했을 때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도로 곳곳에서 간판을 세우고 석유를 파는 ‘이동 주유소’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후 세녹스 판매가 금지되고 생산도 중단됐지만 유사석유 유통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13일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유사석유 적발은 2004년 991건을 기록한 뒤 단속 강화로 이듬해 727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2006년 809건으로 다시 늘어나는 등 최근까지 700∼800건을 오르내리고 있다.

석유관리원은 이를 고유가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일시적인 유가 상승 때 유사석유가 호황을 누렸지만 고유가 체계가 정착되면서 수요와 공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정한 시장이 형성되면서 유사석유 유통은 더욱 치밀해지고 있다.

지난달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착색제와 식별제를 제거한 등유를 경유에 섞어 판 신종 유사경유가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보일러용 등유에는 경유와 구분하기 위해 빨간색 착색제와 식별제를 넣는다. 이 성분을 특수기계로 걸러낸 것이다. 이렇게 만든 유사경유 유통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짜 석유와 유사석유를 이중탱크에 담은 뒤 리모컨을 이용해 선별 주유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수법. 차량 무선시동 리모컨과 비슷해 웬만해선 현장 적발이 어렵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리모컨을 계산기 속에 설치한 사례까지 등장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석유관리원 차량번호를 확보한 뒤 단속을 피해 유사석유를 팔던 주유소 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 첨단기술로 단속도 ‘업그레이드’

유사석유 단속을 맡고 있는 석유관리원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신종유사경유특별대책본부를 구성해 집중적으로 유통된 호남지역에서 24시간 단속을 벌였다. 이달 초에는 경찰 광역수사대처럼 단속기능을 강화한 유사석유특별대책본부를 발족했다. 류승현 본부장(51)은 “어느 한 곳에서 새로운 수법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대된다”며 “유사석유는 발생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사석유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첨단장비도 대거 도입된다. 석유관리원은 이미 지난해 7억 원 상당의 이동분석차량을 도입했다. 올해는 이중탱크 내부를 들여다볼 산업용내시경, 리모컨 사용 여부를 확인할 전파탐지장치 같은 장비를 들여올 예정이다. 장비를 모두 도입하면 더욱 효과적인 대응이 기대된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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