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쌍용자동차 파업과 닮은 듯 다른 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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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점
기초 튼튼 회생 가능…노조 극단행동 자제
그룹오너 계속 경영

닮은 점
경영부실로 위기에 인원감축 ‘치킨게임’
노-노 갈등 양상까지


금호타이어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면서 금호타이어 사태가 쌍용자동차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경영 부실→인력 감축을 놓고 노사 간 힘겨루기→더 큰 위기 자초→노노 갈등 양상’으로 악화되는 과정이 닮은꼴이라는 것.

금호타이어 사측이 전체 직원의 25% 수준인 1370여 명에 대해 구조조정을 추진하자 노조는 파업에 들어갔다. 정리해고 통보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노사가 정리해고를 유보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이 안은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부결됐다. 지난해 쌍용차에서는 회사 측이 직원 37%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착수하자 노조가 77일간 파업을 벌였고 결국 3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냈다.

금호타이어에서는 강경파 조합원들이 비교적 온건파인 노조 집행부와 몸싸움을 벌이고 사무실을 점거했으며, 쌍용차에서는 파업 기간에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들과 파업 조합원들 사이에 ‘전투’에 가까운 충돌이 있었다.

산업적 중요도나 회사 자체의 경쟁력 측면에서 쌍용차보다 금호타이어가 더 튼튼한 만큼 두 회사를 수평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완성차업체 5곳 중 꼴찌로 국내 시장점유율이 10% 미만이었던 쌍용차와 달리 금호타이어는 국내 양대 타이어업체로 내수 점유율이 30% 이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금호타이어는 세계 10대 타이어업체로 브랜드 이미지도 나쁘지 않고 해외 판로도 확실히 갖추고 있으며 중국과 베트남에 대규모 공장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 지도부도 쌍용차와는 달리 파업 전후로 회사 측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며 공장 점거 등 극단적인 행동은 자제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측은 “공장 가동률과 재고량, 수주 물량 등은 지난해 3분기(7∼9월)에 바닥을 찍고 반등하던 시점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금호타이어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이면서 호남권의 주요 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쌍용차보다는 기댈 곳이 많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금호타이어가 사라질 경우 타이어업계가 사실상 한국타이어의 독주 체제로 굳어지게 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경영진의 거취다. 외국 자본이 경영에서 철수한 쌍용차와 달리 금호타이어에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갖고 있으며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는 금호타이어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되기도 했다. 강경파 조합원들의 심정적 저항에는 이런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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