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함 구조활동 어떻게…해적선 ‘길목’ 차단후 협상 벌일듯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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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굴에 숨을땐 장기화 우려
국제공조로 선박위치 파악
뺏긴 원유 가격만 1796억원

지난해 5월 인도양 아덴항 남쪽 해상에서 청해부대 1진인 문무대왕함이 북한 선적 화물선을 납치하던 해적선을 발견했다. 문무대왕함은 K-6 중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링스 대잠헬기를 해적선 위에 띄웠다. 헬기의 저격수들이 사격 자세를 갖추자 당황한 해적선은 달아났다.

삼호드림호를 납치한 해적선을 추격 중인 충무공이순신함도 문무대왕함처럼 두 대의 링스 헬기와 고속단정, 5인치 함포 등으로 무장해 동일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요원 30여 명을 포함한 장병 300여 명도 탑승하고 있다. 천안함 실종자 구조 중 순직한 ‘UDT의 전설’ 고 한주호 준위도 청해부대원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해적들이 삼호드림호에 탑승한 상황인 만큼 같은 방식으로 구조 작전을 벌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 무력과 협상을 동시에

이순신함이 삼호드림호 경로를 차단하더라도 곧바로 해적 소탕에 나서기보다는 대치하면서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을 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도 “구조 임무에는 군사적인 행동뿐 아니라 협상 절차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순신함이 삼호드림호를 놓쳐 해적들이 소말리아 연안 소굴로 도망가거나 유조선을 버리고 자신들이 타고 온 배에 인질들을 태우고 사라지면 사태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소말리아 해적들은 본거지로 가서 한참 시간을 끈 뒤 협상을 시작한다”며 “브로커를 활용해 오랜 기간 밀고 당기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6년 납치됐던 동원수산 소속 원양어선 선원과 2007년 납치됐던 마부노 1, 2호의 선원들은 각각 117일, 174일 만에 풀려났다.

현재 삼호드림호의 위치는 국토해양부 추적시스템에는 잡히지 않지만 국제 공조를 통해 여러 경로에서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 달라진 소말리아 해적

이번 사건은 소말리아 인근 해역이 아닌 인도양 한가운데서 발생했다. 중소형 화물선을 주로 약탈하던 것에서 탈피해 대형 유조선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30만 t(적재 톤수)급인 삼호드림호는 원유를 200만 배럴가량 실을 수 있는 만큼 원유 값만 1억6000만 달러(약 1796억 원)에 이른다.

4일 납치당한 삼호드림호도 항해구역이 해적 출몰 지역이 아니라고 보고 사설경비업체를 쓰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삼호드림호가 납치된 곳은 동경 65도 지점으로 과거에 해적 사건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던 곳”이라며 “최근에는 홍해 남부, 오만 동쪽, 케냐 및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 연안 등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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