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 - 약점 미리 알면 말썽꾸러기가 영재로

  • Array
  • 입력 2010년 3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자녀 재능찾기 검사방법

■ 통합창의성검사
그 림-도형 마음대로 그리게
‘틀’깨는 도전의식 발굴 가능

■ 다중지능검사
언어-수리 등 여러지능 비교
적성-진로 선택에 큰 도움

통합창의성검사(TCT-DP)는 검사지 위에 무질서하게 그려진 다양한 도형을 이용해 아동의 창의성을 판단한다. 사진 제공 한국메사
통합창의성검사(TCT-DP)는 검사지 위에 무질서하게 그려진 다양한 도형을 이용해 아동의 창의성을 판단한다. 사진 제공 한국메사
“성공한 보통 사람은 천재가 아니다. 그는 단지 평범한 자질을 갖고 있을 뿐이지만 평범한 자질을 비범하게 발전시킨 사람이다.”(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

아이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최근 들어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학교 종류가 다양해지고 대학뿐만 아니라 고교 입학전형에서도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됨에 따라 일찍부터 자녀의 적성과 창의성을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녀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부모라도 알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부모의 판단은 객관적이지 못할 우려가 크다. 아이의 창의성과 적성을 판단하기 위한 과학적 검사 방법은 없을까.

○ 통합창의성검사로 영재성 판별

초등학교 3학년인 승철이는 학교 수업에 흥미가 없는 데다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 일쑤여서 ‘말썽꾸러기’로 통한다. 그러나 승철이는 통합창의성검사(TCT-DP)에서 영재등급을 받았다. 특히 독창성과 도전의식이 다른 아이들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창의성검사를 주관하는 한국메사(www.nowmesa.org) 관계자는 “승철이 같은 경우는 엉뚱한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주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하노버대 클라우스 우어반 교수가 개발한 통합창의성검사는 언어 능력이 부족한 저연령 아동도 받을 수 있는 그림·도형 검사다. 아동에게 다양한 형태의 도형을 제시하고 “누가 그리다 만 그림인 것 같은데 한번 완성해 보라”고 말해 준다. 그 외에는 어떤 제약도 없어 아이들은 자기 나름대로 도형을 이용해 떠오르는 것을 그리게 된다.

한국메사 관계자는 “모두에게 창의적인 잠재력은 있지만 그것을 끄집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창의력이 높은 아이들은 틀을 깨고 도전하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일부 아이는 그림을 그리는 대신 검사지를 접어 뭔가를 만들거나 아예 종이를 뒤집어 깨끗한 지면에 그림을 그리는 경우도 있다. 이 관계자는 “10년간 검사를 시행해온 경험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이들은 다른 나라 아이들과 유아 때는 별로 차이가 없지만 학교에 입학하면서 틀을 깨는 도전의식이 점차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검사 결과 창의성이 높게 나와도 이후 부모의 자세에 따라 창의성이 하락하기 쉽다고 지적한다. 은기(7)는 5세 때 검사에서 상위 3%의 창의력을 가진 것으로 판정받았다. 1년 뒤 다시 검사했는데 상위 20%대로 결과가 하락하자 은기 어머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교육을 도맡아 했다. 그러나 1년 뒤 다시 해본 검사에서 은기는 하위 3% 등급으로 떨어졌다. 한국메사 관계자는 “성과를 빠른 시간 내에 내려고 무리하게 선행학습을 시킨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잠재능력 성장을 막은 경우”라며 “좋아하는 분야에 몰입할 수 있게 지원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다중지능검사로 일찍부터 진로교육

미국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인간의 지능(IQ)을 한 가지로 평가할 수 없다면서 지능을 8개로 구분하는 ‘다중지능’ 이론을 내세웠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에겐 △언어 △논리수학 △공간 △인간친화 △자연 △자기성찰 △음악 △신체운동 등 8개 분야의 지능이 있는데 사람마다 강점과 약점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강점과 약점인 지능을 일찍 알게 되면 적성과 진로를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한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는 “다중지능 이론과 검사 결과를 활용하면 아이의 진로 선택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조기교육보다 진로지도를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초등학생 때는 대부분 8개 지능이 고르게 나타나는데 8개 지능을 골고루 자극하는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 중학생 때는 강점과 약점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강점 지능을 강화하거나 특정 강점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고등학교에서도 진로를 고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부족한 분야의 지능은 교육으로 개발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흥미로운 활동을 접하게 하는 게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학생들은 강점과 약점이 변하기 쉽고 발달 시기도 개인마다 다르지만 강점 지능은 직업과 연관성이 크다. 각 강점 지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은 △언어 지능은 언론인, 방송인, 작가 △인간친화 지능은 교사, 봉사자, 정치가 △자연 지능은 생물학자, 조련사, 환경운동가 △자기성찰 지능은 성직자, 심리학자, 예술가 △음악 지능은 작곡가, 연주자, 가수 △신체운동 지능은 운동선수, 배우, 경찰 △논리수학 지능은 과학자, 프로그래머, 법조인 △공간 지능은 디자이너, 화가, 파일럿이다.

현재 다중지능검사는 몇몇 교육업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전국 20여 개 검사센터를 둔 다중지능연구소는 다중지능 이론에 기초해 개발한 검사지로 검사와 상담을 진행한다. 검사 대상은 유아부터 중고교생까지 다양하다. 김범수 다중지능연구소 대표는 “다중지능검사는 만능이 아니다. 자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애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인데, 다중지능검사는 이를 위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