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막내 그림 밝아지니 가족에 희망 싹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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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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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플러스’ 가입 가정의 절망 탈출기
둘째-엄마 암… 학원 보낼 엄두 못내
작년 통장 가입후 막내 미술교육 혜택
“병도 이기고 옛날처럼 살 꿈 꿔요”
예술교육지원 인기…올해 2500명 몰려

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서울 마포구 성산2동 마포구청사에서 열린 희망플러스통장 가입 1주년 행사에서 가입자 자녀에게 문화교육비를 지원해 주는 ‘예술로희망드림’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초등학생에게서 시청을 배경으로 한 초상화를 선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서울 마포구 성산2동 마포구청사에서 열린 희망플러스통장 가입 1주년 행사에서 가입자 자녀에게 문화교육비를 지원해 주는 ‘예술로희망드림’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초등학생에게서 시청을 배경으로 한 초상화를 선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고 그린 아이의 그림이 어두운 무채색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뒤 다시 밝아졌습니다.”

세 아이의 아빠인 마모 씨(48) 씨는 2008년 여섯 살(당시) 막내아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을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가 그려놓은 가족 그림엔 머리카락이 전혀 없었다. 원색을 주로 사용해 그리던 그림도 언제부턴가 회색, 검은색 일색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 씨의 막내아들은 지난해 가입한 희망플러스통장(저소득층 가정이 소득 중 일부를 저축하면 서울시와 민간기관에서 같은 금액을 적립해주는 복지제도)에서 자녀를 대상으로 예술교육비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다시 밝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 “아이 그림 밝아지자 자활 의지도 커졌다.”

마 씨는 부산에서 4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아 경제적으로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 둘째아들이 암 진단을 받으면서 마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둘째를 치료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 해에는 아내까지 암 판정을 받으면서 가정 형편이 급격하게 기울었다.

마 씨는 낮에는 두 식구를 간병하고 밤이 되면 학생들 과외수업을 해 치료비를 보탰다. 바쁜 생활을 하면서 막내를 신경 쓰지 못한 게 문제였다. 아이의 그림은 유치원 교사가 정신과 치료를 권할 정도로 우울해져 있었다. 또래들과 미술학원이라도 다니게 하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유치원비와 치료비도 빠듯한 형편에 다른 교육비는 꿈도 꾸기 어려웠다.

고민만 하던 마 씨는 지난해 희망플러스통장에 가입하면서 가입자에게 자녀 예술교육비를 매달 10만 원까지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미술학원에 다니게 된 막내아이는 걸어서 15분이 넘게 걸리는 학원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다. 마 씨는 27일 서울 마포구 성산2동 마포구청에서 열린 통장 가입 1주년 기념행사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재무컨설팅 교육을 받은 뒤 다른 가입자들과 만나 경험담을 공유했다. 그는 “막내의 그림이 밝아지면서 가족들도 병을 이기고 다시 옛날처럼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 월 10만 원까지 문화교육비 지원

서울시는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희망플러스통장 가입자 자녀에게 문화예술 교육비를 지원해 주는 ‘예술로 희망드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녀의 소질을 계발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들의 자활 의지가 더 강해질 것으로 봤기 때문. 마 씨도 “아이가 잃어버릴 뻔했던 꿈을 키우는 모습을 보고 어려운 생활을 빨리 이겨내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다”며 “어려운 상황이 끝나면 받았던 만큼 남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제도가 알려지면서 지원자도 크게 늘었다.

문화교육 외에도 시는 이 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창업에 필요한 실무를 가르치는 ‘창업특강’, 가족들과 문화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사랑의 객석나눔’ 등 ‘2차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교육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올해 200명 선발에 25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는 등 호응이 높다는 것이 시 측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퍼주기 식 복지다” “세금이 너무 많이 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자활에 성공하는 사람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시행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시 예산 외에 금융기업 등 대기업과 종교단체 지원을 늘려 프로그램 수혜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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