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 칸막이벽 방수기능… 생존 ‘69시간 기적’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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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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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살아있을까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 지 사흘째인 28일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관심사는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에 집중됐다. 사고 뒤 실종자들이 바다에 표류했다면 생존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당시 수온(0∼5도)으로 볼 때 보통 사람이 별도의 구명장비 없이 1∼3시간 이상 버티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종자들이 살아 있다면 그 가능성은 선내의 ‘격벽(隔壁)’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 격실 문을 잠갔다면…

격벽은 선체 내부를 나누는 칸막이벽으로 선체의 일부 구획이 침수돼도 다른 구획에는 물이 차지 않도록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군함은 침실 식당 휴게실 등이 모두 격벽으로 나뉘어 문을 닫으면 바닷물이 차지 않도록 ‘격실’ 구조로 건조된다. 천안함에는 이런 격실이 100여 개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종된 사병과 부사관 46명은 대부분 기관실 침실 휴게실 등 선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0년 노르웨이 북부 바렌츠 해에서 훈련 중 침몰한 러시아 핵 잠수함 쿠르스크 호 승무원들도 침몰 뒤 격실에서 1, 2일간 생존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메모가 시신 인양 뒤 발견되기도 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27일 실종자 가족들에게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다. 장수만 국방부 차관도 “객실에 물이 들어오지 않거나 공기가 남아 있으면 생존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갑작스러운 침몰 과정에서 승조원들이 얼마나 신속하고 철저하게 격실이나 해치를 닫았느냐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장창두 교수는 “설계도면을 보지 않아 확실치 않지만 사고 해역에서 시신이나 기타 집기들이 흘러나왔다는 이야기가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실종자들이 제때 대피해 격벽 문을 잠그고 버티고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 생존 가능 시간은 69시간

배의 파손 정도에 따라 생존 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백점기 교수는 “선체 사진을 봐야 알 수 있지만 침수가 빠른 시간에 진행된 것으로 볼 때 선체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고 볼 수 있다”며 “그만한 규모의 폭발이 일어났다면 충격으로 여러 사병이 기절해 빠져나오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생존자가 있다면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실종자들이 격실 문을 닫고 대피했다고 하더라도 밀폐된 공간에서 생명 유지에 필수인 산소가 점점 줄기 때문이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27일 경기 평택시 해군제2함대사령부의 실종자 가족 임시숙소에서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추정할 때 밀폐 가능한 침실에 머물러 있던 승조원은 21명 정도”라며 “공기 중의 산소 비율은 17∼21%인데 이것이 7% 정도로 떨어지면 인명이 위험하다. 21명이 함께 호흡할 경우 최대 69시간가량 생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침몰 시간으로부터 69시간이 되는 시점은 29일 오후 7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백령도=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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