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산하 6개노조, 특정의원들에 불법후원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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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3명이 10만원씩 2억3000만원… 선관위, 지부장 경고
조합원들 연말정산때 돌려받아… 나랏돈으로 로비한

한국산업인력공단 노동조합 등 노동부 산하 6개 기관 노조가 사실상 나랏돈으로 특정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산업인력공단(868명) 한국폴리텍대(310명)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738명) 한국고용정보원(11명) 노조(이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노조연맹 소속), 한국장애인고용공단(280명)지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연구노조 소속), 한국기술교육대 노조(45명·민주노총 직가입) 등은 지난해 1인당 10만 원씩 모두 2억3000여만 원(총 2313명)의 후원금을 특정 의원들에게 제공했다.

선관위는 “각 노조가 조직 확대 등의 이유로 후원금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후원금을 모금할 수 없는 단체(공단 및 노조)가 임직원 및 조합원으로부터 후원금을 모금하고 노조 간부 등이 후원 대상자를 선정해 기부한 것은 후원회와 유사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해당 노조 지부장들에게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공공기관 노조의 대(對)정치권 후원금 문제를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노조원에게서 갹출해 정치자금 제공

이들 6개 기관 가운데 장애인공단은 노조와 별도로 지난해 말 1, 2급 간부 61명(610만 원)에게서 후원금을 모금해 특정 의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장애인공단에 노조 지부장에 대한 경고 외에 기관경고 조치도 내렸다.

▶본보 10일자 A14면 참조
장애인고용공단 ‘비리무마’ 로비 의혹

돈을 낸 조합원들은 현행법상 소액기부(10만 원)의 경우 연말정산 때 전액 돌려주는 규정을 이용해 대부분 후원금을 환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개인별 후원금이 10만 원이고 또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어 (노조의 모금 행위가 조합원에게) 심리적 부담(정치자금법 33조 위반)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때문에 경고 등 경징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행 정치자금법 33조는 ‘누구든지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들의 구체적인 모금 방식과 해당 국회의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 사실상 나랏돈으로 로비

현행 정치자금법은 후원회가 아닌 단체는 후원금을 걷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노조가 직접 돈을 걷어 전달하는 대신 노조가 특정 의원을 지정하고 조합원 각자가 해당 의원들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을 썼다. 따라서 형식적으로는 각 개인이 해당 의원에게 소액 후원을 한 모양새가 된다. 이후 노조는 해당 의원에게 후원금 제공 사실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순수한 자발적 소액후원과 달리 이들은 노조가 목적을 가지고 이 형식을 차용했다는 점. 이렇게 할 경우 해당 의원은 거액의 후원금을, 노조는 로비를, 조합원들은 후원금 전액을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다. 사실상 나랏돈(세금)이 노조 로비에 사용된 셈이다. 현행법상 개인이 낼 수 있는 후원금은 연간 500만 원이 한도다. 후원회가 아닌 단체는 후원 자체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방법을 사용하면 수천만 원의 후원금도 제공할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내용적으로는 문제가 많지만 표면적으로는 개인후원 형식이라 후원회와 유사한 행위를 했다는 점 외에는 처벌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기부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소액후원제를 교묘하게 이용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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