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옹진군 장봉도 습지보호구역 국토부 7년만에 해제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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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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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력발전소 건설 위해 불가피”
환경단체들 “갯벌 생태계 파괴” 반발

정부가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인천 옹진군 장봉도 일대 ‘습지보호구역’의 해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사이에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2003년 습지보호구역을 지정된 뒤 7년여 만에 다시 해제를 추진하는 것을 놓고 행정의 일관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

국토해양부는 22일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장봉도 갯벌 습지보호구역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3년 국토부가 장봉도 일대 갯벌 68.4km²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2008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겠다고 홍보했다. 당시 정부는 저어새 등 국내 최대 물새 서식지 및 경유지로 보전 가치가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그 뒤 람사르 습지 등록 얘기는 사라졌다.

인천 옹진군 관계자는 “한때 정부가 람사르 습지 등록을 가시화할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움직임도 얘기도 사라졌다”며 “조력발전소 발표가 있은 뒤 람사르 습지 등록 얘기가 왜 사라졌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장봉도 일대 습지보호구역을 해제하려는 것은 인천만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서쪽, 동쪽 방조제를 건설해야 하는데 서쪽 방조제가 장봉도 일대 습지보호구역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방조제를 짓기 위해서는 매립 허가를 받아야 하고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면 공사 진행이 불가능해 해제를 추진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습지보전법 10조에 따라 대통령이 정하는 공익성(국가경제, 자원개발 등)에 부합하면 습지보호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개발논리로 습지보호구역 해제가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습지보호구역 해제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중앙연안 심의위원회의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주민의 의견을 묻고 인천시, 옹진군과 협의를 벌여야 한다. 이어 문화재청 등 중앙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야 습지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고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조류(鳥類)협회는 18일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 국내 최대 물새 서식지 위협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수조 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은 한강 하구 갯벌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류협회는 “강화도와 한강 하구 일대 갯벌에는 저어새 등 10여 종의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연간 10만 개체 이상의 도요·물떼새류가 도래하고 있다”며 “습지 보전을 위한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에서 필수적으로 보호하도록 권고하는 중요한 갯벌습지지역”이라고 밝혔다.

2008년 장봉도 일대 갯벌 생태계 조사에 참가한 녹색연합 정인철 활동가(32)는 “장봉도 갯벌은 국내 갯벌 중 유일하게 범게가 서식하는 곳”이라며 “장봉도 인근에 있는 서만도의 경우 노랑부리백로의 유일한 번식지로 이곳에서 새끼들을 낳고 비행연습을 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도 “장봉도 강화도 일대 갯벌은 남한에서 유일하게 남은 한강 하구의 대규모 습지로 멸종 위기 철새의 경유 및 번식지”라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저어새 등 멸종위기종의 개체수가 해마다 줄어드는 이유로 ‘한국의 서식지 파괴’를 꼽고 있는 만큼 자칫 국제사회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GS건설은 2017년까지 3조9000억여 원을 들여 강화군 동검도 남쪽∼옹진군 장봉도∼중구 영종도, 용유도를 둘러싼 해역(157.45km²)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해 연간 24억1000만 kWh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연간 354만 배럴에 이르는 원유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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