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 벽은 벽이고 도로는 도로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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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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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기능 상실, 흉물 전락 공공미술 설치물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17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공공 미술, 공공 디자인이라는 말을 요즘 많이 듣습니다. 도시 공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벽화를 그리고, 시설물을 설치하고 있죠.

(구 가인 앵커) 그런데 도시를 아름답게 해야 할 이러한 시설물들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때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오히려 공해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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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 한 대학 주변 벽화. 낡은 외벽을 감추고자 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 손상된 페인트 벽화는 아름답기보단 흉물스럽습니다.

(인 터뷰) 경세라 / 시민
“미관을 많이 해치고 있는 거 같아요.”

2006년 말, 당시 문화관광부의 시범사업이었던 서울 낙산 프로젝트.

수십 명의 작가가 달동네에 벽화와 설치미술을 선보여 언론의 관심을 끌었던 것도 잠시, 관리되지 않은 미술작품은 오히려 도시 경관을 해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옥상 / 화가
“그림도 유치하고, 2~3년 내 박리 되서 사람들 건강도 해치고... 벽화이기 전에 벽이라는 얘기를 얘길 하고 싶어요. 벽으로서 미감을 가져야지, 벽은 부실하게 만들고 그걸 덮어서 어떻게 감춰서 그냥 넘어갈 것인가 이런 쪽으로 생각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방 치된 건 벽화 뿐 만이 아닙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정동길. 2007년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이 곳 역시, 2년 남짓 지난 현재 고장 난 기계들로 가득합니다.

예원학교 담에 설치된 LED 패널 작품은 작동을 멈춘 채 녹슬고 있고,
앉으면 라디오 방송이 나온다는 벤치 역시 고장난지 오래됐습니다.
볼라드를 대신 한 꽃 화분은 재떨이 기능만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울시 관계자
“옛날에 만들어진 것은 어떻게 관리됐는지 알지 못하는데, 후속관리를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해 봐야할 것 같아요. 한 번 더 점검을 한다든지 해서 해당 부서에 통보하거나 시정조치를 해야 되겠죠.”

지자체의 공간 개선 사업이 늘면서, 비싼 애물단지가 된 시설물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해 말 30억원 넘게 들여 조성한 대학로의 도심 실개천. 행인들이 실개천에 빠져 넘어지는 사고가 늘면서 만든 지 한 달 만에 유리 덮개를 덮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공미술, 공공디자인이 공간 자체의 목적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인 터뷰) 승효상 / 건축가
“공공 미술이라고 하면 공공의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해야 는데 공공의 개념이 결여 돼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거죠.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도움이 되도록 미술이나 디자인이 되어야하는데 오히려 주객이 전도돼 있어서...”

서울시가 올해 디자인서울 사업과 관련해 들이는 예산은 1000억 원 대. 여기에 전국 각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공간 디자인 사업에 투자하는 비용까지 합하면 관련 예산은 수천억 원 대에 이릅니다.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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