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생 상반기중 ‘게임중독’ 검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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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시간 넘으면 게임이용 차단
정부, 42가지 문항 진단척도 개발… 업계도 “동참”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게임중독에 대한 대책 마련에 정부와 업계가 팔을 걷어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손잡고 ‘게임 과(過)몰입 및 중독에 관한 진단 척도’를 만들어 상반기(1∼6월)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일 계획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인터넷중독에 대해선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져 왔으나 게임중독 분야는 민간에 맡겨왔다. 조사 규모는 전국 초중학생 40만 명으로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하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생이 약 40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화부는 이날 한국게임산업협회와 성인들을 대상으로 게임중독에 대한 상담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시간 게임을 못 하게 하는 등 대책도 발표했다. 지금까지 게임중독에 대한 상담이나 대책은 10대 청소년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게임중독으로 부모가 아이를 굶겨 죽이거나, 게임만 한다고 나무라는 부모를 살해한 20대가 나오는 등 성인들도 게임 관련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 게임중독 관련 첫 조사

문화부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게임중독에 대한 진단 척도를 준비해 왔다. 총 42개 문항으로 이뤄진 게임중독 척도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정신의학회가 정한 약물중독에 관한 7가지 주요 증상 항목을 참고해 만들었다. 질문 내용은 크게 게임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과 나쁜 부분으로 나뉜다. 도움이 되는 면에는 △생활에 활기가 생긴다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사회적 활동을 지지해준다 등이며, 나쁜 면은 △게임을 하지 않으면 ‘금단’ 현상이 생긴다 △게임으로 인해 강박증이 생긴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진단 척도에 대한 연구는 성균관대 심리학과 최훈석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참여했으며 관련 내용이 최근 한국심리학회 학회지에 소개됐다.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이영아 사무관은 “상반기에 전국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가 이뤄지면 그 결과를 가지고 개인별 특성에 맞게 게임중독 예방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게임업계 “책임 통감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게임 과몰입 대책 중에는 ‘피로도 시스템’ 도입이 대표적이다. 이는 일정 시간을 넘겨 게임을 하면 게임 속 캐릭터의 성장 속도를 오히려 느리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오랜 시간 게임을 못 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몇몇 게임업체가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 같은 몰입도가 높은 게임에 도입했다.

문화부는 올해 게임중독 대응 사업 예산으로 책정된 5억2000만 원을 앞으로 50억 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화부 관계자는 “기존 예산으론 전국 10%도 안 되는 청소년들만 혜택을 받는 수준”이라며 “국회를 비롯해 보건복지가족부 및 행정안전부와도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게임업계도 정부 방침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성인들에게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못 하게 하는 ‘릴랙스 시스템’(가칭)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NHN의 게임포털 사업부인 한게임도 포커 고스톱 등 사행성이 짙은 ‘웹보드’ 게임을 대상으로 만든 ‘이용자 보호 프로그램(UPP)’을 다른 장르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게임의 정욱 대표대행은 “그간 국내 게임회사 사이에서 사용자가 게임에 몰입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선 게임회사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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