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안전거래사이트 이용 범죄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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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구모 씨(39)는 지난해 10월 25일 인터넷 쇼핑을 하던 중 눈앞이 번쩍했다. 꼭 가지고 싶었던 700만 원대의 '롤렉스' 시계가 "중고가로 430만 원에 팔겠다"는 글과 함께 인터넷 동호회 중고장터 게시판에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구 씨는 해당 글에 적힌 판매자 휴대전화로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신원미상의 판매자는 "입금하면 바로 시계를 보내주겠다"고 밝혔다. 사기를 우려한 구 씨가 "신분을 오픈하자"고 요구했다. 그러자 판매자는 "난 공무원이라 명품시계를 팔면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 불안하면 인터넷 안전결제를 이용하자"며 인터넷 검색창에 '안전결제사이트'를 검색해보라고 권유했다. 구 씨가 검색을 하자 검색 결과 제일 위로 '하나크로'라는 사이트가 나타났다. 구 씨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해 430만 원을 '하나크로' 계좌로 보냈다. 하지만 롤렉스 시계는 구 씨에게 오지 않았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인터넷 상거래 결제대금 예치 시스템(에크스로)를 모방한 가짜 안전거래사이트를 만들어 수 천 만원대의 예치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박모 씨(23·무직)를 구속하고 박모 씨(21)와 이모 씨(23) 등 2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지난해 10월 '하나크로'라는 가짜 안전거래사이트를 개설한 뒤 유명 포털사이트에 '안전결제'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해당 사이트가 나오도록 광고를 했다. 이후 이들은 각종 중고장터 게시판에 명품 시계, 오토바이 등을 판매한다는 글을 남겼다. 박 씨 등은 구매희망자들에게서 휴대전화로 연락이 오면 "결제 대금을 예치하는 안전거래 사이트에 등록했으니 믿어도 된다"며 가짜안전거래사이트인 '하나크로'를 소개했다. 이후 구매자의 돈이 '하나크로'에 등록된 대포통장 계좌로 들어오면 이를 유흥비로 사용됐다. 박 씨 등은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13명의 누리꾼으로부터 3856만 원을 빼돌렸다.

이번 사건으로 인터넷 쇼핑을 할 때 물건을 받기 전에는 돈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안전거래사이트를 믿고 이용하다가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2006년 도입된 결제대금예치제에 따라 인터넷 상에 생긴 '안전거래사이트'는 온라인 상거래에서 안전한 중개인 역할을 하는 사이트다. 구매자가 물건값을 결제하면 돈을 예치하고 있다가 문제 없이 물건이 배송 되고 나면 판매자에게 돈을 내주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사업자와 개인 간의 인터넷 상거래를 중개할 경우 금융위원회에 통신판매업자로 등록해야 하지만 개인과 개인 간 상거래의 중개 역할을 할 경우에는 특별한 등록 없이 누구나 안전거래사이트를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포털사이트에 검색되는 안전거래사이트 중 가짜 사이트가 있을 수 있으니 소비자는 정상적인 안전거래 사이트인지를 확인한 후 이용해야 한다"며 "안전거래 사이트는 예치금 입출금 등 금융기관과 비슷한 역할을 함에도 관련 법률이나 규정에 구멍이 많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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