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희망이 싹트는 교실/개교 3년만에 ‘수시대박’ 진해용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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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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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 위한 맞춤형 교육 결실 맺었다

260명 중 144명 서울대 등 4년제 수시합격
교과교실제-멘터링제 ‘성적 올리기’ 큰 효과

경남 진해용원고 학생들이 정독실에서 교사들이 제공한 논술 대비 자료로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진해용원고
경남 진해용원고 학생들이 정독실에서 교사들이 제공한 논술 대비 자료로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진해용원고
개교 3년 만에 2010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대박’을 터뜨린 고등학교가 있다. 2006년 3월 문을 연 경남 진해시 용원동 진해용원고(교장 강대하)는 16일 현재 서울대 2명, 고려대와 연세대 각 1명, 부산대 15명 등 3학년 260명 중 144명이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이 학교 김영일 교무부장은 “최근 10년간 진해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한꺼번에 2명 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 영어-수학 수준별 이동 수업

용원고 학생 절반 이상은 인문계에 입학할 실력이 되지 않아 신생 학교이자 정원 미달인 이곳을 선택했다. 부산 강서구와 경계인 용원동 일대 우수한 중학생은 부산이나 다른 지역 고교로 진학하기 때문.

이런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교사들이 머리를 맞댔다. 맞춤식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성적 올리기’에 나섰다. 교사 한 명이 학생 5명을 맡아 월∼금요일 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과목을 집중 지도한다. 인턴교사도 개인 지도를 맡는다. 흥미를 더하기 위해 방학 보충수업이나 학기 중 특기적성과목에 음악, 미술, 체육 과목을 추가했다. 아이들을 억지로 붙잡아 두던 야간자율학습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학년별 1%가량인 우등생을 위해서는 수준별 이동수업(영어, 수학)과 논술 영재학급 운영, 외부강사 초빙 수업을 했다. 학생들이 수준에 따라 교실을 옮겨가며 수업을 받는 ‘교과 교실제’도 도입했다. 이런 노력 끝에 용원고는 교육과학기술부의 ‘2010년 교육과정 혁신학교’로 선정돼 20억5000만 원을 지원받는다.

○ 교사들의 ‘희생’이 밑거름

용원동은 6년 전부터 신도시로 개발되고 있다. 용원고가 유일한 고교여서 개교 무렵에는 변변한 입시 학원도 없었다. 교사들이 공교육과 사교육을 함께 책임지게 된 배경이다.

2년 전 교사들은 ‘교원능력 평가’를 받아들였다. 모든 교사는 연간 최소 60시간 이상 직무연수를 받으며 자기 계발에 나선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당번을 정해 교내 생활지도를 한다. 밤에는 자전거를 타고 교외 지도를 벌인다. 교사와 학생 간 일대일 멘터링도 시행 중이다.

정독실에 밤늦게 남아있는 학생들을 위해 매일 오후 11시까지 학교를 지키는 교사도 많다. 학교 교육 내용을 알리기 위해 학부모 초청 연수회도 자주 연다. 교직원 50여 명이 매달 1만 원 이상 기부해 운영하는 ‘사도(師道)장학회’도 있다. 동문회 등 후원조직이 없어 교사들이 직접 나선 것.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15명에게 연간 600만 원을 지원한다.

강 교장은 “개교 당시 하위권 학생들이 너무 많아 선택했던 ‘생존 전략’이 실력 향상으로 이어졌다”며 “맞춤식 교육과 교사들의 노력에 힘입어 개교 3년 만에 ‘작지만 강한 학교’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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