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 처제에 형부연금 지급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법원 “근친혼 금지 ‘도덕’보다 생활안정이 우선”

A 씨(60·여)의 언니는 1992년 대학 교수인 남편 B 씨와 2남 1녀를 남겨놓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A 씨는 언니를 대신해 형부와 조카들을 돌보기 위해 자주 집에 드나들었고 1995년에는 형부 집에서 같이 살게 됐다. 이후 A 씨와 형부는 가까워졌고 형부는 처제인 A 씨를 주변에 아내로 소개하며 학교 행사나 부부동반 모임에 함께 참석했다.

2003년 8월 B 씨는 교수직에서 퇴직했고 이후 퇴직연금을 받아 둘은 사실상 부부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올해 1월 B 씨가 세상을 떠났고 A 씨는 자신이 사실상의 아내라며 유족 연금을 신청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공무원연금법상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는 수급권자로 인정되지만 A 씨와 B 씨는 민법상 결혼이 금지된 형부와 처제 관계라 연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하자 A 씨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성지용)는 “근친혼을 금지해야 할 이유보다 더 중요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봐야 한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가 형부와 조카를 위해 살림을 도와주다 한 가족으로 함께 살게 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이들의 사실혼 관계를 금지해야 할 윤리적 이유보다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이라는 연금 본래의 목적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15일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