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전환’ 선택권 받은 외고… 까다로운 국제고 변신 적을듯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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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고 어떻게 달라지나
당초案보다 감원수 적고 사립은 5년내 감축 ‘유예’
어학 전공의지 평가 선발 20%는 사회배려 대상자로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고교 선진화 방안은 크게 ‘학교 체제’와 ‘입시 제도’ 두 가지로 나뉜다. 단기적으로는 특목고나 국제고 등 사교육이 집중된 학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교 체제와 입시를 전면적으로 손질하려는 구상도 포함돼 있다.

○ 외고, 일단 여유 생겨

이번 고교 개편안의 발단은 외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격렬한 폐지 공세에 몰렸던 외고는 일단 살아남게 됐지만 지금과 같은 위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고의 학급당 학생 수가 평균 36.5명이고 대원, 대일, 명덕외고 등이 학년당 12학급인 점을 감안하면 학년당 학생 수를 250명으로 줄이는 것은 엄청난 감축이다. 교육과정도 전공 외국어 이수단위를 늘리는 등 외국어 인재 양성에 맞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교과부가 지난달 제시했던 ‘과학고 수준’의 감축 계획과 비교하면 다소 여유가 생겼다. 교과부는 “과학고는 실험 실습이 많고 개별 학습 비중이 높기 때문에 외고의 학급당 학생 수는 과학고보다 많아도 괜찮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립 외고는 당장 2011년 학생 선발 이전에 학생 수를 줄여야 하지만 사립 외고는 상대적으로 시간도 벌었다. 시도별 여건에 맞춰 5년 이내에 학생 수를 줄이면 된다.

존속을 원하지 않는 학교는 2012년까지 국제고나 자율고, 일반고 등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사립 외고의 경우 전환을 택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고로 바꿔 대규모로 운영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지만 국제고의 시설 요건이 오히려 더 까다롭고, 국제고의 학생 선발 규제도 심해지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내년에 특목고와 국제고의 지정기준, 절차, 교육과정 등을 담은 규정을 신설해 5년마다 학교를 평가하고 재지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 입시는 입학사정관제로

고교 선진화 방안에서 외고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고교 입시 개선안이다. 당장 내년부터 입시를 실시하는 모든 고교는 입학사정관에 의한 자기주도적 전형을 실시하도록 했다. 일부 자립형사립고나 국제고가 암암리에 실시했던 지필고사나 교과형 구술면접이 전면 금지되는 것도 큰 변화다.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 등은 교내 입학사정관 2명 이상, 교육청 위촉 입학사정관 1명 이상, 학과별 전공 입학사정관 1명 이상으로 구성된 입학전형위원회를 만들어 신입생을 선발해야 한다. 이들이 볼 수 있는 자료는 학생부, 학업계획서, 학교장 추천서에 국한된다. 이 자료를 통해 학생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과 잠재력이 있는지, 특히 외고의 경우에는 해당 외국어를 공부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주로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사교육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경시대회나 인증시험 성적은 평가 자료로 삼을 수 없다. 정원의 20%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하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공립은 당장 내년부터, 사립은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를 지켜야 한다.
■ 일반고 수월성 강화
영어 - 수학교육 무학년제 - 학점제로
최상위권 방과후 ‘고교 대학 과정’ 운영


○ 일반고 발전 방안


특목고를 압박하면 결과적으로 수월성 교육이 퇴색한다는 여론을 의식한 듯 교과부는 일반고를 발전시키는 방안도 함께 내놓았다. 영어와 수학의 경우에는 교육과정을 10∼15단계로 나눠 무학년제와 학점제로 운영하는 방안이 나왔다. 또 고교 졸업을 위해 국어, 수학, 과학은 일정 수준을 넘기도록 하는 ‘졸업요건제’도 나왔다. 하지만 현재 고교 운영 현실을 감안하면 이 방안은 일부 혁신학교나 자율학교 이외에는 단기간에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상위권 학생을 위한 과정이나 특정 교과를 강화하는 학교 지정 등은 곧바로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상위권 학생을 위해 영어, 수학, 과학 과목에 한해 방과후학교에서 ‘고교 대학 과정(Highschool College)’을 운영하는 방안이다. 일반계고 가운데 과학, 영어, 예술, 체육 등의 일부 과목을 강도 높게 가르치는 중점학교도 내년부터 늘려 나갈 계획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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