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가’-‘나’ 최고점 같아 자연계열 교차지원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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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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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위권대학 전형 천차만별
표준점수-백분위 유불리 따져야
동점자 많은 언어-외국어영역
백분위로 환산땐 격차 커질수도

수리영역이 당락을 좌우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수능은 영역 간 편차가 적어 한두 영역을 잘 봤다고 해서 섣불리 지원전략을 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의 열쇠였던 수리영역이 2008학년도 이전 수준으로 점수 차가 다시 좁혀지게 됨에 따라 수능 중심의 전형을 대거 늘린 상위권 대학의 입시가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 섣부른 교차지원 금물

수리 ‘가’형과 ‘나’형의 차이가 없어진 것이 이번 수능의 가장 큰 특징이다. 원래 자연계 학생은 수리 ‘가’형, 인문계 학생은 수리 ‘나’형에 응시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수리 ‘나’형이 상대적으로 쉽고 평균이 낮다 보니 자연계 학생들이 ‘나’형에 응시하는 쏠림현상이 매년 심해졌다. ‘나’형에서 시험을 조금만 잘 봐도 표준점수가 확 뛰어 유리할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수리 ‘나’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가’형보다 4점이 높았고 최고점을 받은 학생 역시 442명으로 ‘가’형(95명)의 4.6배나 됐다. 이런 추세 때문에 올해도 ‘나’형 응시자가 ‘가’형 응시자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처음으로 수리 ‘가’형과 수리 ‘나’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똑같았다. 이에 따라 수리 ‘나’형 응시자가 자연계열에 교차지원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수리 ‘가’형에 가산점을 주는 상위권 대학의 경우 더욱 그렇다. 특히 ‘다’군에 있는 의학계열의 경우 수리 ‘가’와 탐구영역에 가산점을 주는 곳이 많고 수리영역의 반영 비중 또한 크다. 따라서 이곳을 염두에 둔 수리 ‘나’형 응시자들은 표준점수 1, 2점 차가 환산점수에서 매우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위해야 한다.

○ 빽빽한 상위권

언어와 수리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떨어지면서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의 점수 차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수리에서 같은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라도 표준점수가 ‘가’형은 19점, ‘나’형은 20점까지 벌어진 반면 올해는 각각 10점과 7점으로 줄었다. 지난해보다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던 외국어 영역만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보다 4점 올랐지만 1등급 간 점수 차는 7점으로 그리 크지 않다.

지난해 표준점수 최고점이 158점이나 됐던 수리 ‘나’형은 올해 특히 쉽게 출제됨에 따라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정상분포인 4%를 훌쩍 넘어선 5.9%(2만7356명)에 달한다. 언어, 수리뿐만 아니라 탐구영역에서도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학생이 많아졌다. 사회탐구 11개 과목 가운데 8개 과목, 과학탐구 8개 영역 가운데 4개 영역에서 지난해보다 최고점자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영역마다 모두 1등급을 받은 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우 표준점수 총점 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동점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2등급으로 넘어가도 마찬가지다. 2등급과 3등급을 구분하는 표준점수가 언어 122점, 수리 ‘가’ 125점, 수리 ‘나’ 129점, 외국어 126점으로 대동소이하다.

이 때문에 올해 상위권 대학의 수능 100% 전형이나 수능 우선선발에서는 변별력이 떨어지는 수능 점수를 가지고 겨뤄야 하는 형국이 됐다. 김영일 김영일교육컨설팅 대표는 “표준점수 최고점자와 1등급 커트라인에 걸린 수험생 간의 언수외 표준점수 차가 인문계는 지난해보다 14점, 자연계는 10점이나 줄어들었다”며 “올해는 응시생까지 늘어나 상위권 대학의 경쟁이 어느 해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표준점수냐 백분위냐

수험생들은 성적표를 받아들기 전까지 원점수밖에 몰랐기 때문에 이에 의존했지만 8일 받는 성적표에는 원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이 표시될 뿐이다. 대학 역시 원점수를 활용하는 곳은 없다. 따라서 이제부터 성적은 지원하려는 대학의 표준점수 및 백분위 환산 점수를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

최상위권 대학은 대부분 언수외탐 4개 영역을 모두 반영하고 자연계에서 수리 ‘가’형을 지정하거나 가산점을 주고, 표준점수를 쓰기 때문에 유·불리를 따질 여지가 적다. 하지만 중상위권 대학에서는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쓰는 대학이 갈리고 영역별 반영 과목이나 반영 비율이 천차만별이므로 원점수 총점이 똑같아도 당락이 엇갈리게 된다.

표준점수는 성적 분포에 따라 상대평가로 매기는 점수이므로 어려운 과목과 상위권에서 변별력이 높다. 반면 백분위는 수험생들의 상대 석차를 0∼100으로 매긴 것이어서 쉬운 영역과 중위권에서 변별력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자신의 성적 수준과 영역별 취득 점수를 따져서 표준점수와 백분위 중 어느 쪽에 유리한지 파악해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동점자가 많이 나온 언어, 수리 ‘나’, 외국어 영역에서는 백분위 점수로 환산할 경우 격차가 커질 수 있다”며 “백분위를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려는 수험생들은 백분위 점수를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위권 대학은 탐구영역을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점수로 활용하는데 점수 구조에 따라 유·불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지난해 서울대 사회탐구 영역을 보면 백분위 100점과 99점의 환산점수 차는 2.63점이지만 97점과 96점의 환산점수 차는 0.87점에 불과했다”며 “점수 환산 방식에 따라 구간별로 격차가 달라지기 때문에 지원 대학의 기준에 따라 탐구영역 점수를 환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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