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엿보기]서울시, 거대사업 막 쏟아내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지하도로망-수상호텔 등 재원 막막… 설득력 부족
“차기 시장선거용” 의심

서울시는 11조2000억 원을 들여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서울 시내를 지하로 관통하는 지하 도로망을 뚫는다고 올해 8월 발표했습니다. 지난달에는 2020년까지 국제터미널을 갖춘 ‘서해비단뱃길’을 조성한다고 발표했죠. 두 사업 모두 아직까지 뚜렷한 청사진은 없습니다.

요즘 서울시의 사업 발표를 듣다보면 서울이 마치 미래의 상상 속 도시처럼 느껴집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자료에는 완공 사진 대신 ‘예상 조감도’만 있을 때가 많습니다. 올해 11월 한 달간 본 조감도만 2012년 들어설 마포구 상암동 e스포츠전용경기장부터 2016년 용산지구 한강수상호텔, 2018년 시설 현대화 사업을 마친 가락시장 등 10여 개에 이릅니다.

최소 몇백억 단위를 훌쩍 넘기는 거대 장기 사업 계획안들을 보고 있자면 과연 꼭 지금 발표해야 하는 사업인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구체적인 예산안이나 세부적인 시행일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미리 자료를 내고 홍보에 나서야 하는 이유 말입니다. 당장 내년 6월에는 서울시장 선거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이 뽑힌다면 이제까지 쏟아낸 계획들은 얼마든지 바뀌거나 아예 재검토될지도 모릅니다. 일각에서 임기를 반년 조금 넘게 남겨 둔 현직 시장이 표를 의식해 일단 ‘지르고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꼭 필요한 사업들인지에 대한 의문도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여러 위험 요소들을 안은 채 굳이 지하에까지 도로를 꼭 뚫어야 하는지 시민들의 공감대는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승용차 운전자들이 불편해하더라도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만들겠다던 서울시의 기존 친환경 도로 정책 기조와도 어긋납니다.

사업들이 약속한 시기까지 완공이 될지도 미지수입니다. 한강에 인공 섬을 띄우겠다며 발표한 ‘플로팅 아일랜드’ 사업은 계획상으로는 올해 9월경 이미 마무리돼야 했지만 완공 시점은 내년으로 늦춰졌습니다.

최근 ‘세종시 후폭풍’에서 보듯 충분한 검토 없이 쏟아져 나온 거대 사업의 부작용은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아니라 주민들이 부담해야 합니다. 그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 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불투명하다 보니 서울시가 현실과 동떨어진 ‘미래 도시’로만 보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