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엿보기]서울시, 신뢰 못한다는 소비자단체에 왜 예산 지원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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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점검’ 자료 받고
서비스 미흡한 점포 미공개
“우리도 못믿어” 황당 답변

서울시는 지난해 ‘소비자단체 보조사업’을 처음 도입했습니다. 소비자 권익을 위한 연구 및 캠페인을 진행하는 시민단체에 사업당 3000여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지난해 처음 선정된 13개 단체에 총 4억 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갔습니다.

이 중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여성 고객이 많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내 여성편의시설 평가 사업을 제안해 3300만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소시모는 이 돈으로 지난해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3주간 서울 시내 백화점 22개 점포와 대형마트 54개 점포의 여성편의시설을 집중 점검했습니다. 2인 1조로 구성된 소비자평가단이 점포를 직접 방문해 여성화장실과 수유실, 유모차 대여 등 서비스를 평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소시모 평가단이 점포들을 집중 점검했다는 자료를 내면서 정작 조사 결과 나온 전체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전체 76개 점포 중 대형마트와 백화점 부문별로 1위에서 5위까지 총 10개 우수지점만 발표했습니다. 백화점 부문 우수점포는 1∼4위가 모두 롯데백화점이었습니다. 마트 부문 역시 5위 안에 3개가 롯데마트 차지였습니다. 기자이기 이전에 소비자 시각에서 시설 및 서비스가 가장 미흡했던 점포는 어디인지, 우수 업체와의 차이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전체 순위를 공개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서울시는 ‘우리도 믿을 수 없어 공개가 어렵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시 관계자는 “소시모 평가단이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않아 신뢰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조사 결과에 불만을 가진 업체가 항의할 때 책임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스스로 믿을 수 없는 평가 결과라면서 우수 업체는 공개하고 그렇지 않은 업체는 공개하지 않는 자가당착에 빠진 셈입니다. 게다가 서울시는 믿을 수 없다는 평가단에 시민 세금까지 지원했습니다. 시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소비자들을 위한 조사라기보다는 잘하는 업소는 장려해주고 부족한 곳에는 행정지도를 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최종 결과도 알 수 없는 소비자단체 사업을 지원하는 데 선뜻 세금을 낼 시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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