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GREEN]<2부>⑥ 녹색기술로 짓는 녹색건물 ―대림산업

하늘-땅-바람을 빌려 쓰니 매연-소음 ‘뚝’
건설현장 첫 친환경시스템
덤프트럭 엔진 끄고 작업
건설자재 포장재도 재활용

지난달 4일 오전 7시 서울 중구 신당동의 ‘신당 e편한세상’ 아파트 공사 현장. 25t 덤프트럭 50여 대가 터파기 작업에서 나온 토사를 실어가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 공사 현장에서 접하는 공회전 소음이나 매연은 없었다. 현장 직원 15명의 지도로 덤프트럭들이 모두 엔진을 끈 채 대기했기 때문. 대개 건설 현장에 동원되는 덤프트럭은 길게는 1시간까지 기다리면서 냉난방기 작동을 위해 엔진을 켜 놓는다. 배성완 대림산업 현장 총무는 “공회전을 금지하자 눈이 매울 정도로 나오던 매연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이 크게 줄었다”며 “소음이 없어지니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 철근 폐기물과 가구 포장재 최소화

이는 대림산업이 올 7월부터 채택한 ‘그린 컨스트럭션(Green Construction)’ 제도의 한 단면이다. 이 회사는 건설 폐기물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건축현장 관리시스템인 그린 컨스트럭션 제도를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신당 e편한세상’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건설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우선 현장에 반입되는 철근의 양과 실제 공사에 사용되는 양 사이의 차이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통상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철근은 현장에 반입한 뒤 가공해 쓰지만 이를 반입 전 가공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공사 후 남는 철근의 양이 전체의 3%에서 1∼2%로 줄게 된다. 한 공사 현장에서 1만200t의 철근을 쓴다면 102∼204t을 절약하는 셈이다. 현장 관계자는 “7000만∼1억4000만 원의 원가가 절감되는 것은 물론 철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마감재에 쓰이는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비닐 등의 포장도 덜 쓰고 있다. 마감재를 한꺼번에 현장으로 배송해 공사하던 방식에서 한 층을 마감한 뒤 다른 층의 공사를 시작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 덕분에 한 층 마감공사에 쓰고 남은 가구나 현관문의 포장재를 다시 공장으로 보내 재활용하게 됐다.

○ 햇볕과 바람으로 불 밝히고 지열로 온도 유지

현장 사무실 외벽에는 고성능 단열 스티로폼인 네오풀을 설치하고 특수도료를 발랐다. 단열 효과를 높여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현장 입구에 설치된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하루에 총 16kWh의 전기를 만들어 낸다. 이 전기는 사무실을 밝히는 데 사용된다.

사무실 옥상에는 햇볕을 이용해 물을 데우는 태양열 급탕시스템을 설치했다. 이 시스템은 하루 300L 정도의 온수를 사무실과 화장실에 공급한다. 사무실 내부 환기시스템은 지열을 활용하고 있다. 땅 속에 사무실 안팎 공기가 오가는 통로를 만들어 여름의 더운 공기는 식히고 겨울의 추운 공기는 데우는 방식이다. 여름과 겨울에 냉난방기를 강하게 가동하지 않아도 사무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비결이다. 사무실 지붕의 옥상 녹화시설과 빗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빗물저장탱크도 다른 공사 현장에선 찾아볼 수 없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창사기념식… 클릭!”▼
강당 아닌 홈페이지서 개최
‘그린 해빗’ 실천사례 공모도

10월 9일 오전 9시에 열린 대림산업 창립 70주년 기념식. 대림산업 임직원들이 입장한 곳은 회사 강당이 아닌 회사 홈페이지(www.daelim.co.kr)였다. 임직원들은 인터넷으로 이준용 명예회장과 이용구 회장의 인사말 동영상, 김종인 사장의 녹색경영 선언 동영상, 국내외 직원들이 직접 제작한 손수제작물(UCC)을 보며 트위터로 글을 올렸다.

창립 70주년 행사를 한곳에 모여 치르는 대신 온라인상에서 하자는 아이디어는 이해욱 부사장이 냈다. 임직원들이 한곳에 모이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녹색경영 비전을 직접 실천하자는 취지였다. 대림산업은 올해 초부터 화상회의와 온라인 결재도 활성화하고 있다. 직원들은 전보다 의견 개진이 자유로워지면서 수평적인 의사소통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며 반기는 모습이다.

대림산업은 ‘일회용품 사용 자제’ ‘퇴근 때 전기기구 플러그 뽑기’ 등 회사 내 실천 지침을 담은 ‘그린 해빗(Green Habit)’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사내 홈페이지를 통해 캠페인 참여 정도를 스스로 평가해 보거나 동료들끼리 실천 방법을 토론하는 사례도 늘었다.

매일 오전 8시부터는 5분간 그린 해빗 수기 공모전 당선자들의 실천 사례가 사내에 방송된다. 수기 공모전에서 1등을 한 권지오 수주영업실 영업2팀 대리는 ‘하루 생활하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량과 이를 돈으로 환산한 금액을 기록하는 그린 가계부를 작성하자’고 제안해 직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용구 회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제 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과제”라며 “앞으로 녹색 경영이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