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접착제 중엔… 친구사이 잇는 ‘우정’도 있어요” “좋았어,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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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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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키우기 앞장 김헌수 교사-이철규 교사

《“다르게 생각하라!”
경북 포항제철서초교 김헌수 교사(49)와 경기 수원시 영화초교 이철규 교사(46)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주문한다.
이들은 영화 ‘쥬라기 공원 4’ 예고편을 보여준 뒤 신문지 한 장을 주고 “공룡의 움직임을 표현하라”는 문제를 낸다.
학생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 “상상하라. 그리고 친구와 토론하라”고 한다.
‘체험과 토론으로 원리를 깨치도록 한다’는 두 교사의 교육철학 속엔 ‘창의력’이란 키워드가 숨어 있다.》

“상상하고, 뒤집어보고, ‘왜’를 묻고… 창의력은 책 아닌 생활 속에 있죠”

○ 이유만 있다면 모두 정답

이 교사는 지난달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디자인 교육’으로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디자인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디자인을 전략적 경영수단으로 활용해 산업발전과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기업, 지방자치단체, 개인에게 수여되는 이 상을 현직 교사가 수상한 건 이 교사가 처음.

“물건과 물건을 붙이는 역할을 하는 걸 접착제라고 한다. 주변에서 접착제로 쓸 수 있는 물건을 모두 찾아라.”

이 교사가 진행하는 디자인 교육의 핵심은 아이디어 개발에 있다. 다소 엉뚱해 보이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고 가급적 많은 답을 찾으라고 한다. 모든 과제는 모둠별 토론으로 진행된다.

“한 학생이 ‘우정’도 접착제라고 발표한 적이 있어요. 친구 사이를 끈끈하게 유지해 주기 때문이란 이유를 대자 모든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죠. 대화로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상대를 존중하고 협동하는 법을 배웁니다.”

학생들은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자기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고, 자기가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친구들에게 발표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한다. 학생들이 내는 결과물은 다채롭다. 지도를 그려내는가 하면 노래 가사를 개사해 부르기도 한다.

이 교사는 “종이상자, 우유팩처럼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사물을 전혀 다른 모양으로 바꾸거나 새로운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변형시키는 게 디자인”이라면서 “학생들은 깨진 화분으로 이정표를 만들고, 라디오 안테나를 지휘봉으로 사용하면서 창의력을 자연스럽게 키운다”고 말했다. 기존의 것을 ‘다른 맥락’으로 전환해 탈바꿈시키는 것. 이게 바로 이 교사가 말하는 ‘창의력’이다.

○ 경험이 가장 큰 스승

김 교사는 지난달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이는 매년 대중매체 및 사회 각 분야에서 과학문화 발전과 대중화에 기여한 기업, 단체, 개인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김 교사는 “과학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깨닫고 나면 과학은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재미있는 탐구 대상이 된다”면서 “장수풍뎅이 기르기나 식물 재배처럼 체험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가 동료 교사들과 함께 ‘사이언스 매직쇼’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 사이언스 매직쇼는 공기의 힘을 이용해 탁구공으로 플라스틱 접시 5장을 격파하는 ‘공기대포’, 유리컵 여러 잔에 물의 양을 모두 다르게 해 담고 컵의 윗부분을 문질러 소리를 내는 ‘유리컵 연주’처럼 과학의 원리를 학생과 학부모가 직접 체험할 실험을 마련하는 행사다.

김 교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하나로 묶을 원리를 찾는 게 바로 과학”이라면서 “고정관념을 깨고 주변 사물을 들여다보면 학생들도 과학자처럼 새로운 원리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과 발견, 이게 김 교사가 말하는 창의력이다.

○ 지금 당장 시작하라

창의력은 문제집을 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대상을 뒤집어보려는 노력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활동을 꾸준히 해야 창의력은 자란다. 두 교사는 “창의력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집 수도·전기요금 고지서를 놓고 온 가족이 함께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창의력 훈련이 될 수 있다는 것.

기존 제품에 한 가지 요소를 더하거나 뺌으로써 성능을 한 단계 높이는 활동도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교사는 “전화선을 없앤 무선전화기, 칼로리가 ‘0’인 다이어트 콜라는 모두 ‘빼기 기법’을 이용해 성공한 제품”이라면서 “주변에서 이런 제품들을 찾는 활동도 창의력을 쉽고 재미있게 키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전신수영복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돌고래 가죽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졌다”면서 “주변 사물을 관찰하고 ‘왜 그럴까’란 의문을 품으라”고 주문했다.

다채로운 방법으로 과학을 표현하는 연습도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색종이로 개구리 모형을 만들거나 암술, 수술과 같은 꽃의 구조를 배운 뒤 이에 대한 동시를 만들어 보는 것. 과학의 원리로 역할극을 할 수도 있다.

김 교사는 “전류의 세기에 따라 자기장의 강도가 달라진다는 원리를 친구들끼리 ‘건전지 역’ ‘자기장 역’, 그리고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움직이는 ‘나침반 바늘 역’으로 나눠 맡아 온몸으로 표현하면 더 쉽게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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