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님, 우리 먼저 백신 맞혀주세요”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 보건소, 신종플루 초등교 예방접종 앞두고 민원 몸살
교장명의 공문-전화 폭주… 학부모들도 통사정
공통된 기준 없어 일부 시군 “학교명 가나다順”

백신 정리 바쁜 보건소
11일부터 시작되는 초등학생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앞두고 일선 보건소에는 “우리 학교부터 먼저 접종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보건소에 질병관리본부가 공급한 신종 플루 백신 주사액이 쌓여 있다. 변영욱 기자
백신 정리 바쁜 보건소
11일부터 시작되는 초등학생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앞두고 일선 보건소에는 “우리 학교부터 먼저 접종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보건소에 질병관리본부가 공급한 신종 플루 백신 주사액이 쌓여 있다. 변영욱 기자
“소장님, 우리 학교 예방접종 빨리 좀 부탁해요.”

서울 서초구보건소 권영현 소장(47)은 요즘 전화를 받는 것이 겁난다.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빨리 해달라는 학교 관계자들의 청탁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관내 초등학교들이 교장 명의로 자신에게 보내는 공문도 “하루빨리 예방접종 해 달라”는 호소문이다.

○ 보건소마다 민원 봇물 터지듯

전국 자방자치단체 내 보건소가 11일부터 특수학교를 시작으로 초중고교생 신종 플루 예방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교 순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지역 내 학교가 수십 곳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접종을 받는 학교와 나중에 접종을 받는 학교 간 접종 시차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3주까지 날 수 있어 보건소마다 예방접종을 빨리 하기 위한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보건소도 최근 관내 52개 초중고교로부터 접종 신청을 받아보니 신청이 예방접종 첫째 날, 둘째 날에 몰려 있었다. 구로구보건소 관계자는 “학교장마다 먼저 접종해 달라고 부탁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마포구보건소 측도 “‘우리 아이 학교는 언제 하나. 빨리 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 역시 마찬가지. 대전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빨리 접종해 달라고 요청하는 학교에 일일이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원 방법도 다양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잠원동 방배동 내 일부 초등학교는 관내 구의원에게 부탁해 보건소장에게 민원 전화를 넣기도 했다. 광진구보건소 관계자는 “A학교는 ‘학생수가 많으니 위험하다’고 설득했고 B학교는 ‘부모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가난한 가정이 많으니 먼저 접종해 달라’며 사정했다”고 밝혔다.

○ 통일된 접종 우선순위 없어 혼란

민원이 쏟아지고 있지만 예방접종 우선순위에 대한 공통된 기준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예방접종 순서는 시군 보건소와 해당 교육청이 협의해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보건소는 기준조차 정하지 않고 있다. 금천구보건소는 “어느 학교부터 갈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경남도 내 보건소들도 뚜렷한 기준을 세우지는 않은 상태. 경남도 관계자는 “미리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당황했다.

예방접종 우선순위 기준도 제각각이다. 구로구보건소는 확진환자 수, 광진구보건소는 발병률을 기준으로 정했고 성동구보건소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가 쉽도록 대형병원에서 가까운 학교부터 접종하기로 했다. 서초구보건소의 경우 신종 플루 위험도 측정지표를 이용해 점수를 매긴다는 방침이다. 전북 시군 보건소들은 예진표 작성과 부모 동의서 작성이 끝난 학교부터 접종하기로 했다. 구미시는 가나다순으로 실시한다.

‘접종 순서 기준’의 객관성에 불만을 느끼는 학부모도 많다. 서초구보건소 관계자는 “순서 기준을 말하면 학부모들이 ‘누구 마음대로 그렇게 하느냐’며 따진다”고 밝혔다. 동대문구보건소 관계자는 “정부가 기준을 정해주지 않아 거의 무작위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고운영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지역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2세 남아 추가사망 확인▼

한편 대전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확진 판정을 받은 2세 남자 어린이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 대전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3일 오전 8시경 대전의 한 거점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조모 군(2)이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끝에 숨졌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