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시국선언, 표현의 자유”… 경기교육감 징계 거부 파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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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판결때까지 유보”

다른 市道와 형평성 논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단체는 김 교육감을 직무유기로 고발키로 하는 등 교육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김 교육감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은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로서 존중돼야 한다”면서 “시국선언 사실만으로 교사들을 징계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며 징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교육감은 이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공무원과 교사도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다수의 법률전문가도 시국선언이 공익에 반하지 않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부 최종 판단(확정판결) 전에 징계가 강행되면 교육현장의 갈등과 혼란이 증폭될 수 있다”며 징계 유보 방침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는 1년 이상 걸리고 김 교육감의 임기는 내년 6월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인 셈이다.

김 교육감은 “교사들도 시국선언이 교육 현장에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시국선언이 학교 현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답했다.

올 6, 7월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는 각각 1만6000여 명과 2만8000여 명.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가운데 전교조 전임자 89명을 징계하도록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서울 등 15개 교육청은 지난달 말까지 74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반면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등 15명이 소속된 경기도교육청은 법률자문을 이유로 이날까지 징계를 미뤄왔다.

이날 김 교육감이 사실상 징계를 거부함에 따라 다른 시도교육청과의 형평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성희 교과부 학교자율화추진관은 “교육공무원징계령 6조는 징계 사유를 통보받은 교육기관의 장이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한 달 이내에 징계 의결을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검찰이 지난달 2일 징계 사유를 통보했는데도 교육감이 징계를 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령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올 4월 선거에서 전교조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뒤 무상급식 확대 등을 놓고 도교육위원회, 도의회 등과 마찰을 빚었다.

학부모단체, 교육감 고발키로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상임대표는 “합법적인 범위를 벗어난 교사들의 활동을 징계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이번 주 중 김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정영규 회장은 “다른 교육청은 모두 징계절차를 밟았는데 (선거 때) 전교조의 지원을 받았다고 징계를 하지 않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전교조는 이날 논평을 내고 “김 교육감의 고뇌 어린 결정을 환영한다”며 “교과부의 부당한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인사권을 소신 있게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육공무원 징계령 6조:
징계사유를 통보받은 교육기관의 장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1개월 이내에 관할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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