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파견 부교육감이 대행… 자율고 등 정부정책 힘실릴듯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 공정택 서울교육감 퇴진 이후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학력 신장, 수월성 교육, 학부모 학생 선택권을 중요시하는 서울시교육청의 기본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교육과학기술부와 시교육청이 엇박자를 내던 정책은 교과부의 방침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사이동이 없는 한 시교육청은 김경회 부교육감(54·행시 20회)이 이끌게 된다. 김 부교육감은 이미 충남과 제주에서 부교육감으로 있으면서 교육감 대행을 경험했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 때 공 교육감이 후보로 나섰을 때도 권한 대행을 맡았다. 부교육감은 시교육청에서 일하지만 소속은 교과부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공 교육감 때보다 더 정부 정책을 ‘지원 사격’할 일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 실시, 수준별 이동학습 확대, 방과 후 학교 강화 같은 정책은 그대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 교육감도 현 정부 정책 코드가 잘 맞는 인물로 손꼽혔지만 선출직이기 때문에 소신을 펼칠 여지가 있었다. 자율형사립고 지정 문제가 대표적이다. 교과부는 자율고를 지정하면서 전국에 100곳을 세우기 위해 서울이 20곳 이상을 맡아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공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 공약 사항인 고교 선택제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소극적으로 응했다.

지역교육청 개편도 시각이 달랐다. 교과부는 지역교육청을 학교 학생 학부모를 지원하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시교육청에서는 교육감의 권한이 줄어들기 때문에 난색을 보였었다.

공 교육감 퇴진으로 외고를 특성화고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쏠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 교육감은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의 추궁에도 외고 폐지나 자율고 전환에 반대하는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며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외고로서는 방패 하나를 잃은 셈”이라고 말했다.

공 교육감은 2004년 간선을 통해 처음 교육감에 뽑혔다. 경쟁력 제고를 일관되게 주장해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부 정책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공 교육감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도 공약 사항 대부분을 이뤄놓고 갔다”며 “국제중 신설, 고교선택제 도입, 단체협약 해지 등은 공 교육감의 추진력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공 교육감이 내세운 경쟁중심 교육은 서울 교육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전국 교육 환경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왔다”며 “이번 사태는 교육계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불행한 일이지만 교육계의 갈등과 분열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서 공 교육감은 국가에서 보전 받은 선거비 28억5000여만 원을 물어내야 한다. 올 1월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 때 공 교육감이 신고한 재산은 17억5000여만 원이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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