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삼국지 속 중화주의 눈으로 확인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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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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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배경 56곳 누비며 ‘삼국지 기행’ 펴낸 허우범 씨

“삼국지연의(통칭 삼국지)가 중국에 의해 중화(中華) 세계주의를 위한 문화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비전문가가 중국 삼국지의 현장을 7년 동안 구석구석 다녀와 한국인의 눈으로 삼국지를 새롭게 해독한 ‘삼국지 기행’이란 책을 펴냈다. 주인공은 인하대 교직원 허우범 씨(47·홍보팀장·사진). 대학 시절 삼국지에 심취해 100번도 넘게 읽었다는 그는 2002년부터 삼국지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중국의 관련 도시를 찾아다녔다.

삼국지의 역사적 배경 중 가장 북쪽에 있는 허베이(河北) 성의 친황다오(秦皇島)에서부터 가장 서남쪽에 위치한 윈난(雲南) 성의 쿤밍(昆明), 다리(大理)에 이르기까지 소설 속의 배경이 되는 56곳의 지역을 찾았다. 7년간 그가 다닌 거리는 3만여 km에 달한다. 휴가나 명절 연휴 등을 활용해 20여 차례 삼국지의 현장을 누빈 것.

“삼국지를 흔히 열에 일곱은 사실이고 셋은 거짓이란 뜻으로 ‘칠실삼허(七實三虛)’란 표현을 쓰는데 실제 현장을 돌아보니 그 반대로 일곱이 거짓이고 셋이 사실이더군요.” 그만큼 중국이 삼국지를 자국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 사실이 아닌 것을 실제 역사인 것처럼 꾸민 현장이 많다는 것이 허 씨의 설명이다. ‘중화주의에 이로운 창조 작업’에 따라 역사가 소설이 되는 과정에서 과장되거나 재창조됐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마음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란다.

허 씨는 몇 년 전 관림(關林·관우를 모신 사당) 책임자를 만났던 얘기도 소개했다. “중국 관림 책임자는 ‘중국이 일본과 동남아 여러 국가에 관제묘(關帝廟)를 지어주고 있는데 한국에는 관제묘가 많이 없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하더군요. 그는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관림의 모든 유물을 대여해 주겠다는 제의까지 했습니다. 문화를 통해 중화 세계주의를 표방하는 그들의 의지를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죠.” 삼국지기행은 520쪽 분량으로 1∼4부로 나뉘어 있다. 현장을 찾아 역사와 소설을 비교 분석하고 실제와 다른 점을 상세히 알려준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각 장의 뒤쪽에는 핵심 내용을 별도로 끄집어내 현장에서 보고 느낀 새로운 뒷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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