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꽃게 대풍인데 백령-대청도 어민은 울상?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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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창고-운반선 없어 판로 막혀 제값 못받아
여객선 이용 고육책도 승객 민원으로 어려움

“꽃게가 많이 잡히면 뭐 합니까. 제값 주고 팔지를 못하는데….”

서해 최북단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대청도가 8년 만에 꽃게 대풍(大豊)을 맞았지만 꽃게를 육지(인천 연안부두)로 수송할 운반선이 없어 어민들이 애가 타고 있다. 15일 옹진군과 백령, 대청도 어민들에 따르면 꽃게 가을 조업이 시작된 지난달 1일 이후 하루 평균 15∼20t의 꽃게가 잡혔다. 날씨가 쌀쌀해진 이번 주 들어 평균 7∼10t으로 줄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2개 섬을 합쳐 하루 평균 1t 안팎의 꽃게가 잡힌 것과 비교하면 어획량이 크게 늘어난 것.

하지만 어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꽃게를 저장하는 냉동 창고와 위판을 위해 연안부두까지 오가는 꽃게운반선이 없어 사실상 판로가 막힌 것. 4, 5년 전만 해도 이들 섬에는 꽃게만 전문적으로 수송하는 운반선들이 운항을 했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운항을 포기했다. 전체 위판액의 10∼14%를 수수료로 챙기는 민간 운반선은 연평도에 비해 별로 이익이 남지 않자 백령·대청 항로에 배를 운항하지 않고 있는 것. 어민들은 자구책으로 하루 3차례 운항하는 여객선을 이용해 직판에 나서고 있지만 화물하역에 따른 운항 지연으로 승객들로부터 항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데다 높은 풍랑 등 날씨에 따른 결항도 잦아 ‘제값 받고 꽃게 팔기’가 어렵다.

정대철 대청2리 이장(56)은 “현재 대청도에 꽃게 전문상인 4명이 육지의 절반 가격도 안되는 kg당 4000원에 사고 있지만 그마저 매일 꽃게를 사주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며 “살아있는 꽃게는 하루가 지나면 상품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하루 두 차례 나서던 조업도 한 차례로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민들은 자신들이 잡은 꽃게를 직접 판매하기 위해 상자당 6kg씩 포장할 경우 포장비(4000원) 및 운송비(8000원) 등이 추가로 들어가 꽃게를 팔아도 큰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백령, 대청도 어민들은 운반선 투입은 물론 꽃게 포장에 필요한 얼음 등을 생산할 제빙시설 및 냉동 창고 등 저장시설을 하루속히 갖춰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어민들은 민간 운반업자를 설득해 운반선을 운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인천시가 나서 어민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령, 대청도 어민들이 이렇게 꽃게 판로에 어려움을 겪자 시는 최근 대책을 내고 있다. 시는 시·군비 4억 원을 들여 이달 중 현지에 임시 냉동·냉장시설을 50군데에 설치할 계획이다. 또 꽃게 전문 운반선이 운반하지 못하는 물량은 여객선에 실어 운반할 수 있도록 해당 선사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 ‘백령·대청 꽃게 팔아주기 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김원호 대청3리 옥주어촌계장(58)은 “대청도에 큰 여객선을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이 내년 3월경 완공되는 만큼 예전처럼 백령, 대청도에 3000t급 대형 여객선이 운항을 하면 꽃게 판로와 원활한 유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가 대형 여객선 취항에 발 벗고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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