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홍반장 아줌마’가 뜬다

  • 입력 2009년 9월 24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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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24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한국영화 중에 '홍반장'이란 영화가 있었는데요. 동네 사람들이 고장 난 물건을 가져오거나 어려운 일을 당하면 척척 해결해주는 인물이었습니다. 요즘에는 홍반장 같은 가정주부들이 많다고 합니다.

(김현수 앵커) 망치나 전기드릴처럼 보통 남편들이 사용하던 공구로 집수리를 도맡아 하거나 가구까지 제작하는 주부들인데요. 이 때문에 일명 '맥가이버 우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서울 신정동에 사는 3년차 주부 김양선 씨는 가구를 직접 만듭니다.

조그마한 선반부터 수납장이나 책상까지 집 안에는 직접 만든 가구들로 가득합니다.

안방에 있던 두꺼운 화장대는 반으로 잘라 컴퓨터 책상으로 개조했습니다.

인터뷰(김양선)

"시중에 나와 있는 가구는 사이즈 같은 게 획일화 되어 있는데 직접 만들면 우리 집만의 특성에 맞게 할 수 있어서 그게 좋은 거 같아요."

설거지를 하던 김 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현장음

"어 왜? 잠깐만. 싱크대 열면 나사 2개 있는데 그 나사 중에 어 못 찾겠다고? 알았어. 그럼 내가 저녁에 가사 봐줄게. 알았지?"

가구를 직접 만들면서 전기 작업 등 집수리도 덩달아 하게 된 김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홍반장 아줌마'로 통합니다.

인터뷰(김양선)

"처음에는 제가 많이 부탁하다보니까 귀찮아하셨거든요. 지금 같은 경우는 제가 웬만한 건 다 고치다보니까 남편이 고마워하는 거 같아요"

김 씨처럼 "Do It Yourself" 즉 'DIY'방식으로 가구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늘면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가구 제작 강좌도 개설됐습니다.

원하는 형태의 가구를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강좌가 생기자마자 여성 회원들이 많이 몰렸습니다.

초급자는 선반 같은 소품 만들기부터 입문하고 고급반으로 가면 책상과 수납장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인터뷰(이현미 / 회원)

"하다보니까 힘으로 하는 거 보다는 노력이나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여자분들도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스탠드업(신광영)

"웬만한 집수리는 직접 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기존의 투박한 형태의 전동공구도 여성들이 쓰기 쉽도록 아담한 모양으로 바뀌었습니다."

전동드릴이나 드라이버의 무게를 줄이고 손으로 쥐기 쉽도록 손잡이도 둥글게 만들었습니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성능은 기존 공구에 처지지 않습니다. 때문에 가정주부나 싱글족 여성들이 공구를 직접 구입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인 옥션에서는 지난달 공구를 산 고객 가운데 여성 비율이 36%에 달했고, 롯데아이몰의 경우도 공구 구매고객 중 30%가 여성이었습니다.

인터뷰(삼성경제연구소 이민훈 연구원)

"외부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까 가장으로서 외부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데요.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했던 집안일을 자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서포트하려는 경향이 생긴 거 같아요."

일명 '맥가이버 여성'의 등장으로 남편은 망치질하고 부인은 설거지하는 가정에서의 성적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신광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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