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병원 맞나” 일반환자들 불안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코멘트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병원 내 감염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의료진에 대한 방역대책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5일 서울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마스크를 쓴 채 업무를 보고 있다. 변영욱 기자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병원 내 감염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의료진에 대한 방역대책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5일 서울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마스크를 쓴 채 업무를 보고 있다. 변영욱 기자
■ 서울-대구 일부 병원 긴급점검

감염환자와 구분없이 뒤섞여
손세척기 마스크도 비치안해
당국 부실운영 21곳 지정취소

신종 인플루엔자A(H1N1)의 병원 내 감염이 잇따라 발생한 대구의 경북대병원. 14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중환자실 바깥 출입문을 오가는 의료진의 상당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복도에는 의료진과 환자를 위한 손 세척기도 비치돼 있지 않았다. 병원의 허술한 방역과 위생관리가 병원 내 감염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대구의 ‘이 병원’ 외에 현재까지 병원 내 감염이 우려되는 병원은 없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날 서울에 있는 일부 거점병원의 방역과 위생 상황도 긴급 점검했다. 소독과 마스크 착용 등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는 병원도 많았지만 무방비 상태인 병원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A병원. 원무과 앞의 대기실을 1시간 동안 100여 명이 이용했다. 기침을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병원 측은 신종 플루가 의심되는 사람에게도 마스크를 주지 않았다.

또 다른 거점병원인 서울 영등포구 B병원은 응급실 옆에 컨테이너 박스를 두고 임시 진료소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화장실은 구분하지 않아 일반 환자와 신종 플루 의심환자가 뒤섞여 있었다. 화장실에는 가장 기본적인 손 세척기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서울 중구 C병원은 휴식 공간을 분리하지 않았다. 신종 플루 의심환자와 일반 환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담배를 피우고 음료를 마셨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러니 일반 환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폐질환으로 B병원에 입원한 임모 군(17)은 “병동에 있다가 답답해서 나왔는데 신종 플루 환자들과 우연히 접촉해 감염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병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경북대병원의 한 의사는 “하루 평균 8000∼9000명의 외래환자와 보호자가 이용하는 이런 대형병원에 신종 플루 확진환자를 입원하게 하는 거점병원 운영 방식이 문제”라며 “신종 플루 환자는 별도의 의료시설에 격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한 거점병원은 보건당국의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가 전국 464개의 거점병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일부 병원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책본부는 이 중 21개 병원에 대해 거점병원 지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