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닭-오리 묻은 자리, 지하수 썩고 있다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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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곳중 8곳 침출수로 오염
매몰 서둘다 규정 안지킨듯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닭 오리 등을 도살 처분해 묻은 매몰지 주변의 토양이 침출수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환경관리공단에 의뢰해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15군데의 도살 처분 구덩이 주변에서 뽑아 올린 지하수의 오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8개 구덩이의 오염 원인이 매몰지에서 흘러나온 침출수인 것으로 보인다고 15일 밝혔다.

○ 침출수로 오염 의심

환경관리공단은 도살 처분 구덩이 내부에 관정 1개, 반경 10m 내에 3개, 반경 10∼30m 지역에 1개 등 모두 5개의 관정을 지하 4∼8m 깊이로 설치해 뽑아 올린 지하수의 오염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충남 천안시의 구덩이 5곳에서는 침출수로 인한 오염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고, 전북 정읍 1곳과 김제 2곳 등 3곳에서는 침출수로 인한 오염이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특히 전북 정읍시 고부면 관청리 지역에서는 암모니아성 질소 농도가 L당 최대 1150mg, 김제시 황산면 남산리 지역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L당 최대 1083.3mg에 달하는 등 오염도가 심각했다. 또 충남 천안시 풍세면 가송리 지역은 일반세균이 최대 1mL에 5만5000마리까지 검출됐고 대장균도 100mL에 9200마리 이상이었다. 일반세균과 대장균은 침출수 기준은 없지만 일반 생활용수의 경우 각각 100마리, 5000마리를 넘어서는 안 된다.

다만, 오염의 원인이 정확히 침출수 때문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공단 측의 설명이다. 이들 지역의 주변에 농가나 양계장이 많아 비료나 사료 때문에 질소나 인 농도가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환경부는 “비슷한 기간인 지난해 4월∼올해 5월 각 지방환경청이 조사한 지하수 환경영향조사 결과 생활용수로 이용되는 지하수원이 침출수의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AI 바이러스도 모두 사멸해 더 퍼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긴급히 매몰하다 규정 못 지켜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과 농림수산식품부의 AI긴급행동지침은 도살 처분용 구덩이는 3∼5m로 깊게 파고 바닥에는 비닐을 깔아 침출수가 토양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4∼2008년 전국에 AI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도살 처분한 가금류를 급히 묻는 바람에 구덩이를 규정대로 파지 않아 침출수가 새나갔을 수 있다고 환경부는 보고 있다. 가금류 매장지는 전국에 750여 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15개 구덩이에 대한 환경영향조사를 2012년까지 추가로 실시해 오염원의 정확한 원인과 확산 여부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다음 달까지 지하수 오염도 조사를 벌여 도살 처분 구덩이가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할 방침이다. 또 농식품부와 협의해 가축전염병예방법의 매몰기준 관련 규정과 AI긴급행동지침을 지속적으로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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