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행복한 직장’ 정부-기업 손잡았다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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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다둥이 가족들과 함께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복지부와 ‘출산장려 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변영욱 기자
9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다둥이 가족들과 함께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복지부와 ‘출산장려 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변영욱 기자
복지부-롯데백화점 MOU
어린이집- 출산장려금 늘려
직원들 “둘째 낳겠다” 환영

직장 여성이 둘째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사교육비 때문만은 아니다. 일도 끝나지 않았는데 보육시설로부터 “아이 데리고 가라”는 전화가 줄기차게 걸려오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직장과 가정이 양립되지 않는 직장 문화도 저출산의 큰 요인이다.

9일 롯데백화점이 이런 문화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선언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출산장려 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일과 가정이 양립되는 일터를 만들기로 하고, 앞으로 직장문화 개선에 3년간 15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기업이 출산장려 기업을 표방한 것은 처음이다. 복지부도 롯데백화점을 출산장려 기업 모델로 삼기 위해 육아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복지부는 롯데백화점의 ‘시도’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최근 경제단체장간담회에서 “기업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저출산 정책은 효과를 볼 수 없다”며 기업이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여성이 일과 가정을 함께 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으면 정부 정책도 ‘백약(百藥)이 무효’라는 얘기다.

이런 기대에 부응해 롯데백화점은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을 내놓았다. 우선 출산휴가를 90일에서 120일로 늘렸고, 몇 째 아이냐에 상관없이 10만 원을 주던 출산축하금을 둘째 100만 원, 셋째 300만 원으로 올렸다. 임신부에게는 매달 3만 원씩 진료비를 지원하고, 임신부가 출근 시간을 조정해 원하는 시간대에 근무할 수 있도록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육아 인프라도 강화해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에 어린이집을 운영키로 했다. 3년간 11개 이상의 어린이집을 열 계획이다. 150억 원 가운데 절반 정도인 77억 원이 여기에 투자된다. 당초 본점 건물 내에 설치하려고 했지만 시설 요건이 엄격해 대안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

이런 정책이 사내에 알려지자 당장 변화가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본점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임신 8개월째인 예비엄마 박영주 씨는 “회사가 아이 낳는 엄마 마음을 알아주니 첫째도 낳지 않았는데 벌써 둘째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명품관에 근무하는 임신 7개월의 박진주 씨도 “아기를 낳으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어린이집이 근처에 생기면 일에 전념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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