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수도권 1기 신도시들 ‘리모델링 동맹’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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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 중동 - 평촌 12개 단지
연합회 만들어 규제 개선 요구
일산 - 산본 단지도 가세할듯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촌 K아파트에서는 아침저녁으로 극심한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일렬로 서 있는 차량 2, 3대를 밀고 나서야 비로소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밤에는 빈 공간을 찾아 아파트 단지를 두세 바퀴씩 돌기 일쑤다. 69∼122m²(약 21∼37평) 크기 580여 채로 구성된 이 아파트의 주차 규모는 약 420대. 그러나 등록된 차량은 700대에 육박한다. 주차난이 심해지자 1대 이상 차량을 보유한 경우 별도 관리비를 받는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은 지 15년 넘은 분당 아파트들은 주차면적이 크게 부족하다”며 “그래도 소형 아파트 단지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낡은 시설, 심각한 주차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해당 지역은 분당, 일산, 산본, 중동, 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5곳이다.

○ ‘리모델링’ 손잡은 신도시

지난달 20일 분당 한솔5단지 등 신도시 내 8개 아파트 단지로 이뤄진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추진 연합회’가 출범했다. 참여 단지는 한 달 만에 12개로 늘어났다. 해당 아파트는 적게는 1000채, 많게는 3000채 규모로 모두 합치면 2만 채에 이른다. 이들 단지는 2, 3년 전부터 독자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다 법적,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지지부진하자 공동 추진에 합의했다.

연합회는 31일 신도시 리모델링 추진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신도시 아파트 노후화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리모델링”이라며 “녹색성장이라는 정부 정책방향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연합회는 수직증축 불가와 면적 구분 없는 전용면적 30% 증축 같은 관련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유동규 연합회장은 “재건축, 재개발에 국한된 건축 문화를 바꿔 이제는 집을 고쳐 써야 하는 시대”라며 “리모델링 관련 특별법을 만들고 관련 부서에 전담팀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리모델링을 검토 중인 신도시 아파트 단지를 추가하는 한편 불합리한 규제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 신도시 ‘변신’ 가능할까

5개 신도시 아파트는 대부분 1990년대 초반 지어졌다. 현행 건축법과 주택법에는 리모델링 기준을 15년으로 하고 있어 이들 아파트의 리모델링 추진 자체는 가능하다. 그러나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이 이뤄진 곳은 아직 없다.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추진할 경우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보통 100m²(약 33평) 규모의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경우 건설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구당 부담금은 최대 3억 원가량. 늘어나는 전용면적을 감안해도 만만찮은 금액이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을 활성화하려면 4, 5층 정도 층수를 높여(수직증축) 가구를 늘린 뒤 일반분양을 실시해 기존 입주자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국토해양부도 리모델링 활성화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내진설계 등 증축에 따른 안전과 건축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신중한 자세다. 이에 대해 차광찬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이사는 “문제는 신도시 아파트의 구조가 아니라 명확하지 않은 제도”라며 “기존 건물의 뼈대를 정밀 진단하고 보강해 안전문제를 해결한 뒤 증축하도록 제도를 고치면 사고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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