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한여름 달구는 ‘인천지역 약대 설립’ 논란

  • 입력 2009년 8월 20일 06시 30분


연세대 “세브란스 연계 송도캠퍼스에 추진”
지역사회 “지역에 배정된 정원 가로채선 안돼”

정부가 최근 인천지역에 약학대 신설을 허가한 가운데 송도국제도시에 캠퍼스 설립을 추진하는 연세대가 약대 설립에 나서자 인천시의회와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19일 인천시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제약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육성하기로 하고 부족한 전문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부터 약대 정원을 32% 늘리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약대가 없었던 인천과 대구 경남 전남 충남 등 5개 시도에 정원을 우선 배정한다는 방침도 함께 발표했다. 인천은 인구와 조제 건수, 약국, 의약품제조업체 등에 대한 가중치를 적용한 결과 39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약대 최소 신설 정원인 50명을 배정받았다. 이에 따라 의대가 있는 인천지역 4년제 대학인 가천의과대와 인하대, 인천대는 일제히 약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 슬며시 약대 설립에 끼어든 연세대

연세대가 12일 인천시에 송도캠퍼스 활용방안을 통보하며 약대 설립을 추진할 뜻을 밝히자 지역사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연세대가 2007년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송도국제도시 5·7공구에 캠퍼스 터(약 28만 평)를 공급받으며 약속한 사항은 지키지 않고, 지역대학이 사활을 걸고 있는 약대 유치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

연세대는 캠퍼스 터를 공급받을 당시 학부생을 포함해 1만여 명이 송도캠퍼스에서 강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캠퍼스 터를 시세보다 훨씬 싼 3.3m²(약 1평)당 50만 원에 매입했다. 특히 시는 이 땅 가운데 30%를 아파트와 상가를 건립할 수 있도록 허락해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캠퍼스 활용방안에는 정규 학부 과정 개설에 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대신 국제하계대학과 연세어학당, 외국인학부 예비과정 등을 개설해 외국인을 위한 학교로 꾸미겠다고 통보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는 “연세대가 송도캠퍼스에 약대 신설을 추진하는 등 세브란스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생명공학기술(BT) 분야를 더욱 육성하기로 했다”며 연세대를 거들었다. 특히 인천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지역 안배보다는 경쟁력을 갖춘 대학에 약대가 신설돼야 한다”고 말해 지역 대학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 반대 운동에 나선 인천 지역사회

인천시의회는 연세대 약대 유치 반대운동에 들어갔다. 다음 달 열리는 임시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할 방침이다. 또 연세대가 송도캠퍼스 터를 확보하게 된 과정 등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박창규 시의원은 “서울에서 약대 신설에 실패한 연세대가 인천에서 기존 대학을 제치고 약대를 설립하려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며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명운동을 해서라도 연세대의 약대 설립을 막겠다”고 밝혔다.

인천 지역 시민단체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도 최근 성명을 내고 반대운동에 나섰다. 인천연대는 성명을 통해 “연세대가 당초 약속과 달리 부동산 투기에 가까운 개발에 나서고, 인천지역에 할당된 약대 정원을 가로채려 한다면 큰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가 특혜 의혹을 무릅쓰고 연세대에 캠퍼스 터를 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약대마저 넘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측은 “약대 설립은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가천의과대는 최근 뇌과학연구소와 암당뇨연구원,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 등이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으로 선정된 데 이어 12월까지 한의대가 있는 경원대와 학교법인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약대 신설에 필요한 교수진을 이미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화도에 약대 설립에 필요한 생약재배지인 약초원도 건립할 계획이다. 인하대는 지난해 대학평가에서 BT 분야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돼 약대를 신설하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내년에 국립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대도 약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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