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폐렴환자 신종플루 검사 현실성 없다”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6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보건소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증상이 의심되는 시민들이 보건소 관계자의 진료 상담을 받고 있다. 박영대 기자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보건소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증상이 의심되는 시민들이 보건소 관계자의 진료 상담을 받고 있다. 박영대 기자
“대상 25만명… 병원업무 마비 타미플루 예방투여도 부적절”
의료현장 반발 거세지자 보건당국 “방침 변경 검토”

입원 중인 모든 폐렴환자에 대해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검사를 실시하고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려는 정부 방침이 병원과 의사들의 반발로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국내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사망자가 나옴에 따라 폐렴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방침을 16일 발표했다. 그러나 병원과 의사들은 일제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18일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병원과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 당초 방침대로 추진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과 의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폐렴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병원에 입원한 폐렴환자는 25만여 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려면 병원마다 대규모 의료진을 투입해야 한다. 중소병원의 경우 업무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이 병원들의 주장이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 A 씨는 “웬만한 중급 병원 정도만 돼도 폐렴환자가 60명이 넘는데 모든 의료진을 투입해야 그들에 대한 검사를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정부의 지침이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 B 씨는 “폐렴환자에게 발열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을 예방하려고 항생제와 함께 무조건 타미플루를 투여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부적절하다”며 “부작용이 예상되는 것을 보건당국이 뻔히 알면서도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홍보용 정책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항바이러스제가 넉넉지 않은 상태에서 보건당국이 실현 불가능한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도 많다. 현재 정부가 확보한 치료제는 250만 명분에 불과하다. 보건당국은 올해 말까지 전 국민의 27%인 1300만 명분의 예방백신을 비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그러나 이 물량은 의료인이나 방역요원과 같은 전염병 대응인력, 영·유아나 임신부, 노인 같은 고위험군, 군인 학생 같은 집단시설 생활자 등 우선접종대상을 위한 것이다. 폐렴환자를 염두에 둔다면 추가로 25만 명분의 물량을 더 확보해야 한다.

한꺼번에 1300만 명분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체의 공급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확보된다. 정부는 11월 접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우선접종대상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더 늦어진다. 우선접종대상의 절반 정도만 연내에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일반인은 연내 접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병원과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질병관리본부는 바이러스 검사와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필요하다고 ‘의사들이 판단하면’ 조치를 취하도록 방침을 바꿀 것을 검토 중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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