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직불금, 임차농에겐 그림의 떡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임대 인정땐 중과세 불이익”
부재지주, 수령동의 거부

정부가 올해부터 쌀 소득보전 직불금의 부당 수령을 막기 위해 자격 조건을 강화하면서 신청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이 사라진 땅주인들이 임대 농지를 회수하거나 직불금 수령에 필요한 서류를 실제 경작자에게 주지 않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애꿎은 임차 농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7일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직불금 신청건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6월 26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올해분 쌀직불금 지급 신청을 받았다.

경북도는 지난해 17만8698건이 신청 접수됐지만 올해는 6만7375건(7월 말 기준)으로 11만1323건이나 줄었다. 지난해 12만333건이 신청된 경기도도 5만8132건으로 6만2201건이, 14만1168건이 신청된 경남도는 9만6834건으로 4만4334건이 각각 감소했다.

쌀직불금 신청건수가 줄어든 것은 농식품부가 지난해와 같은 쌀직불금 부당 수령 파동을 막기 위해 농지 임대차계약서, 농장주 확인서 제출 등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요건 강화로 부재지주들이 직불금 수령에 동의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당초 취지와 달리 임차농들이 직불금 수령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부재지주들은 토지 매매 시 양도소득세 감면을 목적으로 자신이 소작농 대신 직접 쌀직불금을 받으면서 자경(自耕) 사실을 증명하는 편법을 써왔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부재지주가 임차농의 쌀직불금 수령에 동의해주면 농지 원부상에서 지금까지 스스로 농사를 지어왔다는 근거가 변경된다. 결국 토지 매매 시 양도소득세를 중과세 받게 돼 임차농의 직불금 수령 동의를 거절하고 있는 것.

논 13만2000m²(4만 평)를 빌려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 씨(49·부산 강서구)는 “소작농은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 부재지주에게 적극적으로 동의를 구하지도 못하고 결국 쌀직불금을 포기하는 실정”이라며 “농민의 소득안정을 위해 시행한 쌀직불금제도가 정작 농사짓는 농민이 받기 어렵게 법을 개정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해남=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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